[박주선씨 영장심사] '박씨 처리' 공은 재판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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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검 중수부가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법원이 22일 영장실질심사를 벌임에 따라 검찰내 '박주선 파동' 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발부를 자신하고 있다.

수사팀은 21일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 앞에서 이 사건의 처리를 놓고 '사전 재판' 까지 마쳤다.

여기서 영장청구 방침이 결정됐기 때문에 법률적 하자는 없다는 판단이다.

朴전비서관의 사법처리를 놓고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 사이에 발생했던 알력은 결국 수사팀의 우세승으로 끝난 셈이다.

물론 이같은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수사 실무 책임자였던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의 사표 제출이라는 극약처방이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朴전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된다고 해도 상황이 곧바로 종결될 것 같지는 않다.

수사팀은 "영장에 적시된 朴전비서관의 혐의는 전체 혐의의 20%에 불과하다" 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사팀은 朴전비서관이 단순히 최초.최종 보고서를 유출했을 뿐 아니라 옷 로비 사건 전체에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건 전체의 흐름을 축소.왜곡했고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를 한 혐의까지 朴전비서관에게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 총괄 책임자인 신광옥(辛光玉)중수부장은 "대통령에 대한 보고서의 축소.왜곡 부분은 혐의가 없다" 고 못박고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각종 정보를 취합해 보고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건내용의 가감이 있었지만 그걸 축소.왜곡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 차이는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의 핵심참모였던 朴전비서관이 보고서를 축소.왜곡한 사실이 확인되면 그것은 단순히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대통령 비서관의 기강해이라는 또다른 정치쟁점으로 번질 수 있다.

검찰 수뇌부가 이런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옷 로비와 관련된 연정희(延貞姬)씨 등을 강도높게 조사해 朴전비서관의 사건 축소와 은폐 혐의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기한은 올 연말까지다.

따라서 '박주선 파동' 은 제2라운드를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물론 朴전비서관에 대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검찰도 정황증거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사직동팀 최광식(崔光植)총경 등의 진술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적지 않다.

만일 영장이 기각된다면 상황은 아주 달라진다.

"검찰이 경찰관들의 말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며 표적사정을 하고 있다" 는 朴전비서관측의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은 궁지에 몰리고 검찰은 또다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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