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나란히 책 펴낸 이시형-이재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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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마디로 '환자' 를 위해서죠. "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李時炯.65)박사와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이재학(李在學.37)씨. 이들 부자(父子)가 최근 전공분야와는 동떨어진 책을 나란히 펴내면서 주위의 질문에 한결같이 대답하는 말이다.

李박사가 펴낸 '여자를 말한다 2' 가 '사랑에 빠진 환자' 에게 던지는 충고를 담았다면 아들 李씨가 쓴 '숏턴과 엑스퍼트-카빙으로 정복한다' 는 '스키에 미친 환자' 를 위한 처방전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전공분야 서적을 20여권 넘게 펴낸 李박사는 이번엔 '여자' 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과감히 글로 옮겼다.

"여자 환자와 얘기를 하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남자를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들에게 '남자 좀 제대로 알자' 고 말하고 싶었죠. "

李박사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일반론을 버렸다.

대신 수십년간 보아온 남녀관계의 실상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속에 쏟아 부었다.

아들 李씨도 마찬가지. 카드 열쇠를 개발하는 벤처사업가이지만 아마추어 스키계에서 알아주는 스키광인 李씨는 스키매니아를 위해 펜을 들었다.

"스키를 아무리 열심히 타도 기술은 전혀 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무척이나 안타까웠죠. 제가 달려가서 돕고 싶은 심정이 절박하다보니 이 책을 쓸 용기를 얻게된 것 같아요. "

모든 운동이 그렇듯 스키도 한번 빠지게 되면 '열병' 을 불러일으키지만 적절한 처방이 없이는 계속 '환자신세' 에 머물 뿐이라는 것.

李씨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카빙(carving)' 기술. 회전을 할 때 스키를 옆으로 꺾으며 속력을 줄이지 않고 스키를 그대로 방향 회전시키는 카빙에 대해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고 李씨는 강조한다.

이 방법을 숙달하면 스피드가 늘고 어떤 노면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84년 스키를 처음 접한 李씨는 이후 10년간 '나홀로 스키' 를 탔지만 별 발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카빙 기술은 李씨의 기량을 일취월장시켰다.

결국 지난 97년엔 아마추어 스키대회에서 1위를 차지, 주위를 놀라게 했다.

李씨가 14년간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스키 이론서를 본 李박사는 "나는 스키의 기본도 모르지만 쉽게 알 수 있고 재미있게 썼다" 며 "이놈이 내 피를 받았나 보군…" 이라며 대견해했다.

글.사진〓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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