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기획시리즈<2> 코오롱스포츠 등산학교와 함께 하는 ‘산 오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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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계절이다. 타는 저녁놀인 양 발갛게 물든 단풍이 오감을 충전한다. 산자락부터 등성이를 거쳐 마루에 이르는 동안 어느 한 곳 나무랄 데 없다. 그래서 결국 내려갈 길을 땀 흘려가며 오르는 게다. 단, 등산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전제가 있다. 코오롱스포츠 등산학교의 원종민(47)차장은 ‘마음은 가볍게, 기본은 철저하게’를 강조한다. 그와 함께 관악산을 찾았다.

즐거운 산행의 복병, 저체온증

얼마나 올랐을까.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평소 운동하고 담 쌓은 게 후회막급이다. 그 좋다는 가을 풍광도 제대로 느낄 여유가 없다. 바람은 차지만 슬슬 땀이 나고 덥다. 겉옷을 벗고 싶은데 그새 일행을 놓칠 것 같아 그만 둔다. 다행히 원종민 차장이 걸음을 멈춘다. 그는 “관악산의 정취가 좋지 않냐”며 한숨 돌리더니 “땀이 나니 겉옷을 벗는게 좋겠다”고 권한다.

“땀이 나면 옷을 벗어 땀을 식혀주고, 추우면 바로 입어야 합니다. 상식이지만 등산객 95%가 지키지 않고 있죠.” 필요 이상 땀을 흘리면 체온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체력 손실이 커진다.반대로 체온이 올라가도 문제다. “자동차 엔진이 과열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30분 올라가는 동안 몸을 식히지 못하면,20~25분 만에 체온이 섭씨 42도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신경세포에 문제가 생겨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 산행시는 무엇보다 저체온증에 유의해야 한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다. 즉, 평소 체온보다 1.5도만 떨어져도 저체온증이 시작되는데 체력까지 떨어진 상태라면 문제가 크다. “몇 년 전, 이맘때쯤 설악산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었죠.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체온조절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피로가 쌓이고 당일 아침도 걸러 체력이 바닥난 데다,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 진눈깨비와 비를 맞자 저체온증이 온 것.

저체온증은 춥고 떨리는 것을 시작으로 졸음이 오고 무기력해지며 몸의 감각이 떨어진다. 말을 잘 못하게 되고 걸음도 잘 걷지 못하며 심하면 동공이 확대되고 맥박이 불규칙해진다. “사실 사고 통계 1위는 실족이지만, 실제 산에서 가장 흔히 일어나는 일은 저체온증입니다. 게다가 길을 잃거나 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거죠.”

안전산행을 위한 옷차림 ‘삼총사’

저체온증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등산복 레이어링 시스템. 그때그때 옷을 하나씩 입거나 벗어서 달라진 환경에 신체가 편안하도록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 더우면 옷을 벗고, 바람이 불면 옷을 입어 몸을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등산복 레이어링은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피부에 직접 닿는 ‘베이스 레이어’다. 땀을 빨리 흡수해 외부로 발산하고 몸을 건조하게 유지해주는 폴리에스터나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된옷을 말한다. 면이나 나일론 등은 여름에는 체온을 올리고, 겨울에는 떨어뜨려 좋지 않다. 두 번째는 보온과 통기성에 주안점을 둔 옷이다. 가볍고 신축성이 뛰어나며 공기층이 넉넉한 조직이어야 한다. 또 베이스 레이어가 배출한 땀을 신속히 외부로 배출해야 하므로 통기성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프로텍션 레이어’. 비와 바람, 외부와의 마찰을 막아주며 보온기능을 하는 겉옷이다. 산행 중에는 땀과 열이 많이 나므로 입지 않는 것이 좋다. 휴식을 취할 때나 멈췄을 때 보온을 위해 입는다.

인간의 야성본능 살린 등산로 개발 필요

내려가는 길. 이제야 시나브로 단풍을 비롯, 자연의 파노라마가 눈에 잡힌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낙엽에 주의해야 한다. 바위 위에 쌓여 있는 낙엽에 발이 미끄러지거나 낙엽 속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발목이 접질릴 위험이 있기 때문.

원 차장은 산행의 기본예절로 ‘다녀온 흔적을 최소화하는 것’을 든다. “등산객은 산의 ‘방문자’라고 생각해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게 예의죠.” 등산로를 정비한다며 돌을 옮기거나 없던 것을 세우거나 만드는 것 역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사람 역시 보호해야할 환경 중 하나”라고 역설한다.등산을 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등산로가 정해진 울타리를 따라 가게 돼 있다는 원 차장은 “산 속의 다람쥐처럼 먹고 자고 달리는 야성이 인간에게 있다며 길이 아닌 곳도 가보고, 수풀도 헤쳐갈 수 있는 등산로를 개발하거나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등산의 본질은 산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있다”고 말하는 코오롱등산학교의 원종민 차장. 원 차장이 등산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허진형(28)씨와 관악산을 찾아 산을 오르는데 필요한 마음가짐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Tip 등산에 배낭이 중요한 이유
등산 때 배낭은 신체의 일부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착용감과 기능이 뛰어나야 한다. 등반용품의 운반 외에도 신체 보호와 방풍·보온 효과를 고려해야 하며 용량은 등반형태에 알맞은 것이 좋다. 이상적인 배낭은 가볍고 튼튼해야 하며 부착된 장식물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어야 한다. 또 등판과 멜빵시스템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몸에 자연스럽게 밀착되고 하중을 편하게 떠받쳐야 한다.

배낭 똑똑하게 꾸리기
1. 가벼운 것은 아래, 무거운 것은 위에 넣는다. 무거운 부위가 어깨선 아래부터 허리뼈 위에 놓이도록 한다.
2.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주머니나 윗부분(후드)에 넣는다.
3. 배낭 바깥에 수통 등 물건을 많이 다는 것은 좋지 않다. 배낭은 한덩어리로 만들어 등에 밀착해야 하는데, 바깥에 물건을 매달면 움직일 때마다 흔들거려 무게의 쏠림이 생겨 체력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4. 분실하기 쉽고 구분이 모호한 물건은 종류별로 잡주머니에 담는다.
5. 젖어서는 안될 물건과 여분의 옷가지는 비닐에 싸서 담는다. 모양
이 불규칙한 물건은 옷 등 섬유제품과 함께 담아 등이 배기거나 흔들리지 않게 꾸린다.
6. 좌우 무게가 대칭이 되도록 꾸린다.
7. 큰 비닐로 배낭 안을 감싸거나 배낭 커버를 씌워 우천에 대비한다. 비에 젖으면 무게가 증가해 체력소모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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