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작고 박정만 시인 고향 정읍서 시비제막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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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메아리도 살지 않는 산 아래 앉아/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봅니다. 먼 산이 물소리에 녹을 때까지/입속말로 입속말로 불러봅니다/내 귀가 산보다 더 깊어집니다" (시비에 새겨진 시 '산 아래 앉아' )

40대 초반에 때이르게 세상을 떠난 박정만(1946~1988)시인의 시비 제막식이 19일 오후1시 시인의 고향인 전북 정읍시 내장산 입구 호수공원에서 이가림.김영석.이윤기.김재홍.정호승.안도현 등 선후배문인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에 열렸다.

경희대 국문과 재학중인 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고려원편집부장으로 재직중이던 81년 소설가 한수산씨의 필화사건에 연루돼 중앙정보부에서 당한 고문으로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시인은 결국 간경화로 숨졌지만 그가 시속에 남긴 전통적 서정의 아름다움을 기려 문학계는 지난 89년 현대문학상과 92년 정지용문학상으로 재평가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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