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정치자금에 무척 조심"…천용택 원장 발언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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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천용택(千容宅)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5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내 국가정보관으로 서울지검 출입기자단을 초청,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千원장은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 대북정책〓내년 1월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모종의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 대북 포용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되 남북 정상회담을 다시 요청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자칫 구걸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최근 동정〓요사이 국내 사정이 어지러운 데 대해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승만(李承晩)전 대통령 이상의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金대통령을 매우 칭송하고 있으며, 지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회의에서는 모두발언에서 金대통령의 업적을 칭찬하는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에 들어오면 일개 여자의 옷 이야기로 어지러워 해외에서의 활약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金대통령이 안따까워하고 있다.

◇ 서해 해전〓생각하는 것보다 지난번에 발생했던 서해 해전은 남북관계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서해 해전을 통해 양국간 전력 차이가 엄청남을 북쪽에서도 절감했을 것이다. 당시 북한 해군이 함상포를 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초였던 반면 우리 해군이 쏘는 데는 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부서졌던 북한 해군 함정은 아직도 복구되지 않았다. 실제로 군사력이 엄청나게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당시 서해 해전 여파로 북한 해군의 수뇌부가 갈리지는 않았다. 북한측은 서해 해전에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선전했다. 따라서 자신들이 이긴 해전을 이유로 해군 지휘부를 교체할 수 있었겠는가. 김정일(金正日)은 그러나 당시 서해 해전에서 패배했음을 제대로 보고받은 듯하다.

'북한의 전체 교역량은 14억여달러고 이중 2만달러가 남한과의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무력적화 야욕을 포기한 듯하다. 국력의 남북한 차이가 20배가 되는데 전쟁을 일으킬수 있겠는가.

◇ '강철 서신' 의 저자 김영환씨 사건〓김영환씨 사건은 60년대 인혁당 사건에 비길 만한 중요한 것이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그렇지 주범격인 金씨의 전향 이후 학생운동의 판도가 변화하지 않았나. 그러나 金씨는 자신의 계보에 대해서는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

초기 수사 때 金씨는 진술을 거부했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황장엽(黃長燁)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黃씨와 대화하고 나서 金씨는 주체사상의 허구성을 인식한 듯하다. 그간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모두 17명이 자수했다. 그러나 金씨와 함께 조직을 이끌었던 하영옥 계열은 모두 도망갔다.

하영옥은 아직 친북 성향을 버리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 이근안(李根安)씨 사건〓李씨가 검찰에서 당시 안기부 모 인사가 현장을 방문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고 당초에는 진술했다가 "당시 치안본부 현장을 방문할 만한 직위에 있던 사람이라면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아니겠느냐" 고 물으니 "그런 것 같다" 고 말한 게 전부다.

그러나 鄭의원이 김근태(金槿泰)씨 고문에 직접 개입했거나 공안합동회의에서 고문 문제를 논의한 것과 관련된 증거는 없다.

◇ 정치자금〓金대통령은 무척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정치자금을 받더라도 받아야 할 돈과 받지 말아야 할 돈을 반드시 구별하는 사람이다. 정치자금법 발효 이전에는 홍석현(洪錫炫)씨를 통해 돈을 건네왔을 때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받지 않았다.

◇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李총무와는 서로 고소한 상태지만 최근 李총무가 "화해하자" 는 메시지를 전달해 와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조건으로 화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李총무측이 "사과하겠다" 고 하고도 언론에 사과하지 않아 없던 것으로 됐다.

◇ 서경원(徐敬元)전 의원 밀입북 사건〓당시의 정황 등을 분석해 볼 때 鄭의원이 徐전의원을 고문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는 것. 그러나 徐전의원도 과장된 발언을 하고 있으며 "피를 세 바가지나 퍼냈다" 는 것은 과장이다.

◇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鄭의원이 최근 국정원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한 것과 관련, 과거 국정원 부하 직원을 통해 "미안하고 앞으로 국정원을 헐뜯지 않겠다" 고 전해왔다. 그래서 국정원측도 "鄭의원을 건드리지 않겠다" 는 의사를 전달, 양측간에 휴전이 이뤄진 상태다. 鄭의원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차안에서 점퍼와 양복을 갈아입는 등 미행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 같다.

국정원 시절 배운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셈이다. 또 술집에 갈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 차를 타거나, 아니면 술집 여자의 차를 이용하고 있다. (기자들이 "그럼 국정원에서 미행하는 거냐" 고 묻자) 우리가 지시하지 않았는데도 부하들이 충성심에서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鄭의원이 뭔가 큰 것을 터뜨릴 게 있다는데 뭐냐" 는 질문에)별거 아니다. 서울대 고영복(高永復)교수 간첩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高교수는 '사회학의 태두로'당시 국정원에서 제자인 모 교수를 불러다(金대통령과 관련 여부를) 강도높게 조사했지만 별것 없었다.

정리=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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