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자금난 기업들 속탄다…은행들, BIS비율 높이려 어음할인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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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수출환어음.진성어음 할인을 사실상 중단했다.

여기에 사채시장마저 지방 건설업체 부도 등으로 냉기류가 흐르고 있어 기업들의 연말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농협 등은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올해 말까지 BIS기준상 위험가중치가 1백%여서 자기자본비율을 깎아먹는 무신용장 방식의 수출환어음(D/A.D/P) 매입을 가급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은행들은 공문에서 ▶대기업의 수출환어음 매입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고▶중소기업 환어음을 매입할 경우 수출보험공사 보험 가입(보증)을 유도하며▶12월 중 만기도래한 환어음에 대해선 기한연장을 억제하라고 지시했다.

은행들은 또 상거래에서 통용되는 진성어음의 할인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명동 등 사채시장에 어음물량이 몰리고 있으나 지난달 말 대능건설 등 4개 지방 중견 건설업체가 부도를 냈고, 내년에 법정관리.워크아웃 업체 일부가 퇴출될 것이라는 설로 거래 자체가 움츠러들어 어음할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견 건설업체 K사 자금부장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은행.금고 등에서의 어음할인이 쉬웠으나 이달 들어선 사채시장에서조차 할인이 어렵다" 고 말했다.

사채시장에서는 금융기관들의 어음할인이 원활했던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물량 자체가 적어 업자들끼리 어음을 잡기 위해 할인금리 인하 경쟁을 벌였었다.

한 사채업자는 "최근 건설업체 부도에다 부실기업 퇴출설 때문에 건설업계 어음 취급을 줄였다" 고 말했다.

할인금리도 전체 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업계의 경우 전달에 비해 월 0.01~0.02%포인트(연 1.2~2.4%) 올라 월 2%정도며, 워크아웃 업체들은 신용도에 따라 월 0.90~1.90%에서 할인되고 있다.

대우 계열사 어음은 ㈜대우의 경우 워크아웃 확정 이후 월 2.5% 이상에서 조금씩 할인되고 있으며, 대우자동차.중공업.전자 등은 1.5% 안팎에서 할인되고 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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