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 미망인 오노 요코 갈등의 도시 예루살렘서 회고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오노 요코를 아시는지. 우리에게는 언뜻 그룹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의 일본인 아내로 떠오르는 오노 요코는 60년대초 뉴욕에서 시작된 전위예술그룹 '플럭서스' 의 멤버로 다양한 퍼포먼스와 설치작품을 선보여온 전위예술가.

'60년대 후반부터 동양적 선(禪)의 세계와 현대예술의 조류에 급격히 다가선 존 레논의 삶을 알고 있는 음악팬이라면 그것이 오노 요코의 영향인 것 또한 짐작할 터다.

'이런 오노 요코의 회고전 '최근에 지평선을 본 적이 있나요' 가 새천년을 눈앞에 둔 중동의 고도(古都)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박물관' 에서 지난 11월 27일부터 열리고 있다.

6, 70년대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을 포함, 전시 중인 30여 점의 작품은 동양적인 선(禪)의 세계와 전위적인 문화조류를 '개념미술' 의 형태로 녹여낸 오노 요코의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한다.

개념미술이란 용어가 미술애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무겁게 다가오지만, 정작 오노 요코의 작품은 마치 어린아이의 화법처럼 천진하고도 간명하다.

예컨대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96년작 '소원나무' 의 경우,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화분에 심어놓고 그 곁에 마련된 흰 메모지에 관람객들이 직접 자신의 소원을 적어 나무 열매처럼 매달도록 한 작품이다.

"소원을 비세요, 그 소원을 종이에 적으세요, 그걸 접어서 '소원 나무' 의 가지에 묶으세요. 당신의 친구들에게도 같은 일을 하라고 하세요. 나뭇가지가 소원들로 뒤덮일 때까지 소원을 비세요. "

이처럼 짧은 싯귀 같은 지시문들을 통해 미술관에 걸린 '작품' 과 '일상'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요코의 작품 경향은 이미 60년대부터 시작된 것. '실제 그림 대신에 종이에 하늘을 볼 수 있는 둥근 구멍을 뚫는 방법을 설명하는 몇 줄의 지시문이 담긴 61년작 '하늘을 보기 위한 그림' 의 경우 첫 남편이었던 전위음악가 토시 이야나기의 필체로 적혀있다.

'세번째 남편이었던 존 레논의 사진을 조금씩 다르게 디지털 화면으로 인쇄, '의사' '친구' '기도자' 등 다양한 제목을 붙여놓은 최근의 초상화 연작도 오노 요코의 인생역정과 관련, 눈길을 끈다.

이처럼 단순한 화법을 통해 오노 요코가 반복해 전달하는 것은 평화의 메시지. 전시의 무대인 이스라엘은 지구상 어느 곳보다도 민족.종교간 갈등이 복잡한 곳. 오노 요코는 예루살렘에서의 회고전과 동시에 이스라엘 정부와의 갈등이 격심한 아랍인 지역 움 알 파햄의 미술관에서도 '소원나무' 를 포함한 신작전시회를 개최, '평화' 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예루살렘〓이후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