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는 선수. 하지만 96으로 굳게 연결하며 박정환은 ‘연결하기엔 너무 멀지 않으냐’고 묻고 있다. 그렇다. 누가 봐도 한 걸음에 연결하기란 불가능하다. 백도 A 부근이 약간 엷어 불안한 구석이 있지만 이 소소한 약점이 흑의 탈출로 이어지기는 너무도 요원해 보인다. 비교적 빠르게 두어온 천야오예 9단이 시간을 물처럼 흘려 보내며 고심하고 있다.
그러고는 97로 한 칸 뜀. 백의 다음 한 수는 정해졌다. 너무도 뻔한 102의 밭전자 째기. 박정환의 가늘고 긴 몸이 결정적인 일격을 준비하며 희미하게 전율하고 있다. 98, 100은 선수. 손 빼면 B로 사망한다. 결정타에 앞서 느긋하게 호흡을 조절하던 박정환이 문득 한기를 느낀 것은 이때였다.
이상하다. 97은 102가 너무 뻔하다. 다시 말해 상대는 102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직감적으로 이런 건 대개 함정이다. 상대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박정환은 이를 악문다. 호랑이 등에서 내리기엔 너무 늦었다.
계가로 가고 싶어도 C쪽이 지저분해 견딜 수 없다. 박정환의 손이 허공을 가르며 102에 떨어졌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