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참총장 ‘정중부 난’ 발언 헛소문으로 설화 날벼락

중앙일보

입력

국방부가 3일 발칵 뒤집혔다.현직 육군참모총장이 국방부 문민화에 반발,고려시대의 무신란인 '정중부의 난'을 언급했다는 일부 언론보도 때문이다.

◇전말=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31일 계룡대에서 육군 부장회의를 주재했다.회의에는 남총장 외에 육참차장.인사참모부장.정보부장 등 육본 수뇌부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군내에선 "총장이 이상한 말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남 총장은 회의에서 "왜 정중부의 난이 일어났는지 아는가"라며 청와대의 문민화 방침에 반발했다는 내용이다.소문이 확산돼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가자 국방부는 청와대에 보고했다.청와대는 기무사에 진위 확인을 지시했고,"전혀 사실이 아니다"(김종민 청와대 대변인)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 와중에 일부 신문이 소문으로 돌던 '정중부의 난' 발언설을 보도했다.윤일영 육군 인사참모부장(소장)은 이날 회의 당시 자신이 빽빽하게 기록한 메모를 들고나와 부인했다.일부를 읽어주기도 했다.군이 내부 회의 메모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윤 부장이 "정중부의 '정'자도 나온 바 없다"라며 밝힌 남총장 발언의 요지는 이렇다.

"문민화의 취지에 맞춰 일을 추진하라.각군 직능별로 중령.대령 선발 직위가 없어진다.지금까지 양성한 전문인력의 활용에서 향후 나타날 문제를 해소할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

남 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말 황당하다.더 이상의 말을 않겠다"고 했다.남대연 국방부 공보관은 "국방부는 사실 무근의 허위 내용이 유포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발원자를 색출하겠다는 뜻이다.

◇소동의 배경=소동의 근저에는 '문민화'에 대한 군내 걱정과 반발이 깔려 있다.군은 겉으론 "문민화가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론 불안감이 커지는 양상이다.특히 육군이 그렇다.

국방부 본부의 정책.획득 분야 장교들은 대체로 위관시절 선발돼 해당 분야 전문가로 키워진 인력들이다.박사 학위도 땄고 사관학교 우수생도 많다.육사의 경우 250~300여명의 기수별 졸업생 중 30여명 정도가 전문요원으로 양성된다.따라서 이런 '엘리트 요원'들에게 군 문민화는 실제론 조만간 자리를 잃을 수 있다.군 안팎에서 "당장 이들을 빼면 대체할 민간 인력을 어디서 구하는가""예비역으로 충원한다지만 전역후 여러해가 지난 예비역들이 최신 정보로 무장한 젊은 현역을 능가할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군 내부에선 장교수 감축을 문민화 2탄으로 예상하고 있다.본부에서 빠져나가는 인력들을 위해 야전에 '위인설관'식 자리를 만들 수는 없으며 따라서 장교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때문에 문민화를 밀어붙이는 수뇌부에 대해 비판이 음성적으로 유포되는 분위기다.

김민석.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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