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국부 투지만 대통령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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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그레브 AP.AFP〓연합]크로아티아 공화국 독립의 영웅이며 철권통치로 야당의 지탄을 받아온 프라뇨 투지만 대통령이 77세를 일기로 10일 사망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11일 TV 특별방송을 통해 "독립 크로아티아의 건국자 투지만 대통령이 사망했다" 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투지만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입원, 천공성 장염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현지 언론과 소식통들은 그가 장기간 암투병을 해왔으며 소화기계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측했다.

정부는 그러나 투지만 대통령의 사인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투지만은 96년에도 워싱턴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당시 미국 소식통들은 그가 위암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지만 투지만 측근들은 위궤양과 림프결절이 부었을 뿐이라며 암 발병 사실을 부인했다.

국민으로부터 '국부(國父)' 로 추앙받아온 투지만은 열렬한 민족주의자로, 91년 크로아티아가 구(舊)유고연방에서 분리.독립하는 데 결정적 지도력을 발휘했다.

자그레브 북부 산악지대인 자고리예에서 태어난 투지만은 2차 세계대전 중 티토의 빨치산 운동에 가담, 크로아티아의 파시스트 지도자였던 안테 파벨리치를 타도하는 데 기여했다.

투지만이 정치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낸 것은 80년대 극우정당인 크로아티아민주연합(HDZ)을 창당하면서부터. HDZ는 90년 최초의 자유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그는 독립공로를 내세워 왕정을 방불케 하는 절대권력을 휘둘렀으며 언론을 장악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등 독재자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캐나다 등에 이민을 가서 돈을 번 크로아티아인들이 크로아티아 민족주의를 부르짖은 투지만을 대거 지원했고 이들은 이에 대한 대가로 이권과 관직을 독식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HDZ는 이미 지난달 26일 블라트코 파블레티치 국회의장을 대통령 대행으로 임명, 투지만의 사망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투지만은 건강상 문제가 많았음에도 권력욕이 너무 강해 죽기 직전까지 권력을 독점, 생전에 후계구도를 갖춰놓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집권당내 온건파와 급진민족주의 세력 사이에 치열한 권력암투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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