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때리면 표 나온다" 美대선 후보들 몰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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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요즘 미국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프랑스가 '동네북' 이 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나는 프랑스를 미워한다" 고 말했다.

개혁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모색 중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프랑스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파트너" 라고 몰아세웠다.

보수적 정치평론가로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팻 뷰캐넌도 "미국이 2차세계대전에 휘말린 것은 프랑스와 영국이 폴란드를 나치 독일에서 구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헐뜯었다.

대선후보들이 경쟁이나 하듯 '프랑스 때리기' 에 열을 올리는 것은 사사건건 미국에 딴지를 거는 프랑스를 못마땅해 하는 국내 여론에 편승해보겠다는 심사다.

프랑스는 그동안 유럽국가 중에서 미국의 독주에 가장 깊은 반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비준을 거부한 미국을 누구보다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개정 협상이 난항할 때에도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초강대국 미국에 견줄 수 있는 힘있는 유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 언론은 이같은 프랑스의 태도에 일제히 포문을 열어 반(反)프랑스 여론을 선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프랑스 담배회사를 조롱하는 기사를 실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칼럼에서 "불안한 동거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프랑스 좌.우파가 2002년 대선을 위해 미국을 비난하는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 고 꼬집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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