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앞 신축건물싸고 시민단체-안동시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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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병산서원(屛山書院)을 지키자. "

빼어난 건축미와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뽐내고 있는 경북 안동 병산서원 코 앞에 이질적인 건축물이 들어서자 '문화지킴이' 라는 지역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건축물은 건축법이나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합법적인 것이어서 '사유재산권' 과 '문화재보호' 가 정면 충돌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논란의 대상이 된 건축물은 지난 3월께 서울에 사는 K씨가 내려와 화랑용으로 착공해 최근 완공한 것으로 병산서원 입구에서 70m가량 떨어져 있다.

'문화지킴이' 측은 "시커멓게 생긴 건축물이 병산서원 앞에 버티고 있어 주변 경관을 크게 해친다" 며 "착공 당시부터 반대운동을 폈으나 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었다" 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안동시 건축과의 한 관계자는 "옛날 같으면 문화재 보호구역 1백m 이내에서 건축물을 착공할 경우 사전승인을 받도록 되어있으나 지난 2월8일 이 조항이 폐지됐다" 고 말한다. 관련조항이 폐지된 이후 착공됐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은 건축법 규제 완화에 따른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화재 경관을 심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시정조치 할 수 있다" 는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 건축물은 규정이 생기기 전에 착공됐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임재해 안동대 교수(대표.민속학)를 비롯, 김호태(경일고 교사).권두현(이벤트전문가)씨등 50여 명이 참가하고 있는 '문화지킴이' 는 "최근 관계법령 완화로 농토를 대지로 변경하기 쉬워져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 경관을 해치는 일반 건축물이 크게 늘어날 것" 으로 우려했다.

이 단체의 행동에 동참하고 있는 '문화연대' 소속 건축가 강찬석씨는 "병산서원의 백미(白眉)는 서원과 주변 경관의 멋진 어울림" 이라며 "어느날 갑자기 시커먼 건축물이 하나 들어서는 바람에 그 어울림을 망쳐놓았다" 고 안타까워 했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사유재산권이나 문화재 모두 보호받아야할 대상인만큼 이 둘이 충돌할 경우의 중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것 같다." 고 말했다.

병산서원은 광해군 5년(1613년)에 선조때의 명신 유성룡(柳成龍)을 위하여 세운 것으로 지난 78년 사적 제 260호로 지정됐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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