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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평양과학기술대에 국민적 성원을

중앙일보

입력

북한은 변화하고 있는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 현재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다. 평양 시내에서 차를 타고 대동강을 건너 개성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10분가량 달리면 원산으로 갈라지는 인터체인지가 나온다.

그 원산 가는 방향의 반대쪽, 고속도로변에서 500m 떨어진 구릉지 100만㎡(33만평) 위에선 요즘 한창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현장에는 여러 대의 건축용 타워크레인들이 줄지어 서 있고, 굴착기와 덤프트럭들이 소음을 내며 작업하고 있는 사이에 수백명의 인부가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민과 재외동포들이 힘을 합쳐 2005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건설현장 모습이다.

2001년 1월 중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를 방문하고 나서 국가경영전략의 기조를 대폭 변화시킨 바 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및 정보기술(IT)산업 발전상을 보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그 첫번째 변화가 흔히 '신사고' 정책으로 알려진 첨단기술산업 장려 운동이며, 그 후 이 정책은 7.1 경제개선조치(2002년) 및 신의주특구개발사업(2002년 9월)으로 이어졌다. 북한의 '교육성'과 한국의 민간육영단체인 '동북아 교육문화협력재단'(이사장 곽선희) 간에 이뤄진 평양과기대의 설립허가(2001년 3월 1일)건은, 이와 같은 북한 지도부의 의식전환과 '신사고' 정책을 반영한 극적인 변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낙후된 경제의 재건을 위해 경공업 및 제조산업을 우선적으로 육성하는 전통적인 산업발전단계를 뛰어넘어 곧바로 첨단 산업으로 직행한다는 구상이 있는데 평양과기대가 이와 같은 구상을 실현해 주는 첨단기술분야(IT, BT 및 MBA) 인재 육성의 요람이 되고, 또한 국내외 자본 및 기술을 유치하는 지식산업복합체로서의 창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북한의 변화를 고대하는 한국 및 서방세계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는 동시에 또한 북한의 전략전술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우를 낳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6.15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기초를 공고히 했을 뿐만 아니라, 후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민족공조론에 힘입어 최근 남북교류협력에 눈부신 진전을 보이고 있다. 금강산 관광지 육로개설뿐 아니라 개성공단 착공 및 남북 철도연결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등 북으로 향한 각별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과 공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로부터의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고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곧 개혁과 개방을 전제로 한다.'중국 21세기의 도약'을 설계한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정책을 흠모하기 이전에, 세계 근대역사와 문명의 발전을 꼼꼼히 살펴보면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국가 지도자의 미래지향적인 개혁정신과 인민대중의 보편적 자유정신이 합치됐을 때 획기적인 발전을 성취해 왔음을 본다. 따라서 북한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변화는 북한 내부로부터의 개혁과 개방이 추진될 때 비로소 가능한데 이 변화의 기초는 결국 교육을 통한 '사고방식'의 변화, 즉 패러다임 시프트로 귀결된다.

미래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한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설립허가(통일부 승인일 : 2001년 6월 5일)한 평양과기대는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하이테크&하이터치형 '핫 프로젝트'가 될 공산이 크며, 나아가 21세기 동북아 공동체시대의 새로운 상생전략(윈-윈 패러다임)을 실현하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특별한 사건으로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 일은 앞으로 우리 민족의 진로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역사의 대안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와 한국민은 이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성공적인 개교를 위해 물심양면의 지원과 최대한의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승률 연변과기대 대외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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