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심각’ 격상 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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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염병 대응 단계를 현재의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가전염병 위기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다. 정부는 지난 7월 ‘주의’에서 ‘경계’로 높였다. 지난주 들어 하루 환자가 4000명을 넘으면서 신종 플루가 크게 확산되는데도 경계 단계를 유지해 왔다.

‘심각’ 단계의 판단 기준은 ‘해외에서 유입된 신종 전염병이나 국내 신종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행 상황이 이미 ‘심각’ 단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신종 플루가 번지면서 27일 현재 누적 환자가 9만9394명으로 늘었다. 하루 환자가 1만 명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29일 현재 10만 명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서 정부가 심각 단계 격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심각 단계가 되면 국민재난상황과 동일하게 신종 플루에 대처하게 된다. 인플루엔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신종 플루에 대응한다. 인플루엔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는다. 본부장 밑에는 총괄상황반과 홍보기획반 등 4개 실무반을 둔다. 실무반은 보건복지가족부 등에서 관련 기관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된다. 복지부가 주관하고 있는 신종 플루 대응 체계가 범정부적인 조직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동안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 자연 재난으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된 적은 있지만 특정 질병과 같은 사회적 재난으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마련된 적은 없다.

전국 16개 시·도와 230개 시·군·구에도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가용자원이 동원된다. 군 의료인력도 신종 플루 대응에 투입된다. 민간 의료기관·의료인에 대해 정부가 특정한 활동을 하도록 지도 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다. 국립의료원이 신종 플루 전담병원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다만 고위험군의 이동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이런 대책이 시행된 나라가 거의 없어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계 단계가 심각으로 올라가더라도 휴업 등 이미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국민 생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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