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그로즈니에 최후통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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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모스크바 AFP.AP〓연합]러시아가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 주민들에게 11일까지 피신하지 않을 경우 모두 사살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내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 연방군 사령부는 6일 그로즈니에 살포한 전단을 통해 체첸 반군과 주민들이 오는 11일까지 피신하거나 항복하지 않을 경우 지난 8월 공격 이후 최대규모의 공습을 감행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단은 이어 "최종시한을 넘겨 그로즈니에 남는 주민들을 모조리 테러리스트로 간주, 전투기 공격과 포격을 가해 전원 사살할 것이며 더이상의 협상은 없다" 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은 대신 11일까지 페르보마이스카야 정착촌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개방하고 이 피난민들에겐 집과 음식.의약품 등 생필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 연방군은 4만~5만명으로 추정되는 그로즈니 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그로즈니 북서쪽에 텐트촌을 건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인권상 시상식에서 "피난시한 설정은 노약자와 부상자 등 그로즈니를 떠날 수 없는 민간인들에 대한 협박" 이라면서 "이는 '엄청난 대가' 를 치를 것" 이라고 밝혔다.

EU 외무장관들도 6일 브뤼셀 회담에서 성명을 발표, "민간인에 대해 심각한 고통을 야기하는 어떠한 무력사용도 부적절하고 무분별하다" 며 최후통첩 철회를 요구했다.

이란 등 50개 이슬람교 국가들로 구성된 이슬람교회의기구(OIC) 대표들도 6일 모스크바에서 "군사조치는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야기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면서 외교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 연방군은 6일 현재 그로즈니 외곽 2㎞ 지점의 모든 요충지를 점령, 도시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으며 시내에는 주로 노약자인 민간인 약 4만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러시아 관리들이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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