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쓰레기장 매립용 흙 운반비 수백억 '헛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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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인천시 및 경기도지역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 매립지 운영관리조합이 쓰레기를 덮는 토사를 반입하면서 운반비를 과다 지출함으로써 수도권 주민들이 내는 막대한 쓰레기 처리비용이 새나가고 있다.

특히 운반비의 대부분은 실제 운반업자가 아닌 매립공사 도급.하청업체 등에 돌아가고 있어 조합이 이들 업체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토사 운반비 일괄지급〓조합은 92년부터 매립이 시작된 1공구에 반입된 시민토사(민간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흙 가운데 재활용 안된 흙)에 대해 일률적으로 16㎞(97년까지는 12㎞)에 해당하는 운반비 총 1천14억원을 도급사인 동아건설산업㈜에 지급키로 92년 계약, 이미 대부분을 지불했다.

또 96~98년 3공구 기반조성 공사에 투입된 시민토사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20㎞에 해당하는 운반비 5백25억원을 같은 회사에 지급했다.

이같은 운반비 지급은 설계를 맡은 ㈜선진엔지니어링이 '일정 거리의 운반비를 부담해 토사반입을 유도한다' 는 방침아래 토사 ㎥당 1공구 7천3백90원(평균), 3공구 9천6백62원의 운반비를 책정한 데 따른 것이다.

◇ 새나가는 돈〓그러나 수도권지역의 토목공사 및 토사운반업체 40여개를 상대로 취재 결과 조합측이 민간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운반비를 대신 내주는 사태까지 빚어지는 등 낭비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사 운반의 경우 공사장 등지에서 발생하는 토사를 공사업체가 부담해 버리도록 돼있으나 조합이 운반비를 모두 떠맡고 있는 것이다.

최근 1공구에 김포.인천의 토사를 반입중인 D.S건설의 토사운반 하청업자들은 "매립지와의 거리가 15㎞이내로 가깝지만 16㎞에 해당되는 돈을 받고 있다" 며 "때문에 원청업체(D.S건설)측에선 운반비를 깎아버렸다" 고 말했다.

3공구에 토사를 반입하는 S공사 및 S건설 하청업체들도 똑같은 사례.

이런 가운데 조합은 내년 5월부터 쓰레기 매립이 시작되는 3공구용 토사운반 단가를 1공구보다 14% 인상, 총 1천4백30억원을 도급사에 지급하기로 사실상 확정해 예산낭비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 이웃에선 무료 반입〓그러나 매립지 인근인 경기도 부천시 상동택지개발공사에서는 반입되는 토사에 대해 운반비를 주고있지 않아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토지공사 인천지사의 김창형(金昌瑩)과장은 "필요한 9백만㎥ 토사중 6백만㎥를 시민토사로 쓰고 있지만 운반비는 안준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매립지 운영조합측은 "매립지용 토취장 확보가 어려울 뿐아니라 토사가 부족해 매립이 중단되면 쓰레기대란이 일어나므로 안정적 토사반입을 위해 정식 운반비를 지급해야 한다" 면서 "문제가 있더라도 도급사와 계약이 끝나 어쩔 수 없다" 고 밝혔다.

조합은 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인정된 사항" 이라고 밝혔다.

*** 인천시 검단동 592만평 규모 수도권 쓰레기 20년간 수용

◇ 수도권쓰레기 매립장〓인천시 검단동에 위치한 총면적 5백92만평의 대규모 매립지.

5개 공구중 92년부터 매립이 시작된 1공구에만 현재 하루 2만2천t의 쓰레기가 매립되고 있으며 앞으로 20여년간 서울.인천시 및 경기도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수용하게 된다.

매립지 운영은 이들 3개 시.도 공무원들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 운영관리조합이 맡고 있다.

관련 예산은 수도권 시민들이 내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비, 그리고 매립지에 쓰레기를 반입하는 쓰레기 처리업체들이 내는 비용 등으로 조성하고 있다.

기획취재팀〓안성규.강찬수.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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