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 '꼬리표' 달린 기업들 회사이름 바꾸기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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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0세기' 라는 이름을 가진 외국 기업들의 개명(改名)작업이 한창이다.

다른 업체들은 정보통신을 뜻하는 'e-' 나 '-i' 가 붙는 첨단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유행이지만 이들에겐 과거를 뜻하는 '20세기' 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회사인 '20세기 인더스트리' 는 2000년 1월1일부터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21세기 인슈어런스 그룹' 이라는 새 이름으로 등록한다. 지난 54년 설립 이후 캘리포니아 등 서부지역에서 1백4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새 이름을 찾았지만 당시만 해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올초 임직원과 고객대상 설문조사에서 '20세기〓구식' 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부랴부랴 작명에 나서 결국 '21세기' 로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이 회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세기 스프링(용수철)매뉴팩처링' 이라는 미국 회사는 지난해말 영문 머릿글자를 따서 회사이름을 TCM으로 바꾸는 응급조치를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터져나오자 현재 새 이름을 물색중이다.

회사이름을 바꾸는 작업은 회사로고와 인터넷 주소변경을 비롯, 법인.상표권등록 등 해당업체가 풀어야 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바뀐 이름에 대한 홍보비용도 수백만달러를 넘어서기 일쑤다. 게다가 법적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애써 바꾼 이름을 다른 업체들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올초 미국의 컴퓨터 유통업체인 '테크 데이터' 는 독일의 자회사인 '컴퓨터 2000 AG' 의 이름에서 특정시기를 뜻하는 숫자를 없애려다 독일 국내법에 제한당했다. 또 주요 수출국인 브라질에선 이미 한 회사가 같은 회사명으로 등록해버려 이중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러한 혼란때문인지 'X-파일'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의 유명 방송.영화사 '20세기 폭스' 는 결국 새 천년에도 20세기라는 구식 이름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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