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능한 사외이사 후보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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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기업들이 내년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를 확보하기 위해 벌써부터 뛰고 있다. 현대 등 일부 그룹은 '인재 풀' 까지 만들고 있다.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90여개)과 증권.은행 등 금융사들은 최소 3명의 사외이사를 둬야 하는데 현재는 대부분 2명 정도여서 충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기업.금융기관은 내후년부터는 전체 이사의 50%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해 기업을 잘 알고 적절한 경영자문을 해줄 수 있는 후보들이 '귀하신 몸' 이 되고 있는 것. 현대는 최근 19개 계열 상장사로부터 사외이사 후보감을 추천받았다.

현대 경영전략팀 관계자는 "주총 직전에 급하게 사외이사를 물색해 충원할 경우 자격에 문제있는 사람이 선임될 수 있어 미리 확보토록 했다" 면서 "대학교수.변호사.공인회계사.언론인 등 1백여명으로 사외이사 풀을 만들어 이중에서 추천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삼성도 이미 사외이사 후보들을 선정해 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각 계열사 이사회에 추천위원회를 구성, 후보를 물색 중이다. LG 관계자는 "내년 주총 이전에 해당 회사 사업과 관련,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중심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찾고 있다" 고 말했다.

중견그룹인 H그룹 관계자는 "올초 사외이사를 찾느라 고시동우회 명부를 통해 전직 관료들을 물색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면서 "그룹 임원들이 미리 후보를 찾고 있다" 고 말했다.

K그룹 관계자도 "일부 사외이사는 이사회 참석률도 낮고 기업활동도 잘 몰라 유명무실한 경우도 있다" 면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후보를 찾기 위해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현직 관료들도 사외이사 후보군(群)에 넣어 이들이 퇴직했을 때 전격 발탁할 수 있는 체제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사외이사 비중이 확대되면서 희망자들은 쏟아지고 있으나 정작 기업들은 실무와 전문성을 겸비한 마땅한 인사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 고 말했다.

경총의 고급인력정보센터에는 사외이사 후보 2천여명이 등록돼 있으나 기업에 추천은 아직 안한 상태다.

대한상의 한국사외이사발전회도 5백40명의 사외이사 풀을 운영하고 있으나 추천실적은 3건에 불과하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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