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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학들 특성화에 매진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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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교육부총리 주재로 대학혁신포럼이 열렸다. 이 모임에서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고 교수 대 학생의 비율을 낮추도록 했으며 또한 누리(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이나 산학협력중심대학 등 선택과 집중에 의한 대학 지원방식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며, 대학 간의 합병.연합 등에 의한 효율화, 한계 대학에 대해서는 퇴출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또한 학생 정원이 줄어드는 데 따른 대학의 수입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지원방안도 논의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 미래에 있어 고등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하루 속히 대학의 체질개선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 대학들은 내실을 기하기보다 무분별한 확장에 의해 외적 성장을 해왔으며, 사회나 학생이 원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보다 공급자 중심의 교육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1990년대 넘쳐나는 교육수요 때문에 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이 설립되고, 정원을 늘리는 대로 학생이 충원됐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의 경쟁력이 상실됐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상황이 어렵게 된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자기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올해 2200억원, 내년부터는 3000억원씩 지원되는 누리사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해와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간 대부분의 대학에 균등하게 지원되던 보조금을 모아 엄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 대학에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인데 그야말로 말로만 하던 선택과 집중을 최초로 실천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이다 보니 탈락한 대학에서는 매우 당황스럽고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누리사업의 핵심은 재정지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 간의 선의의 경쟁을 촉발하고 특성화를 유도하며 자율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한 소수지만 특성화되고 경쟁력 있는 선도대학을 유도함으로써 여타 대학을 분발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선정된 대학들도 계획서대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며 지원된 예산을 엄정한 절차와 용도에 맞추어 사용하도록 관리되고 있어 교육의 질적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학의 경영에는 많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사업에 대한 시시비비보다는 대학 스스로가 대학의 존재 이유와 교육철학을 재정립하며 자생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간 많은 지방대학이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이나 연구보다는 수도권 대학들과 전혀 차별성이 없는 백화점식의 운영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지역사회의 수많은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산.관.학 협력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그 지역이 갖고 있는 특성과 강점을 대학의 특성화에도 강력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학 간의 역할 분담과 구조 혁신을 통해 총체적인 경쟁력을 회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남식 전주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