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0년] 광고 카피 변천에 생활상 고스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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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수기업 변천사는 광고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간판 전자·정보기술(IT) 업체인 삼성전자의 광고는 특히 우리나라 하이테크 산업과 국민 생활상을 뚜렷이 반영한다.

국내 IT 산업이 태동할 창업 초기(1974~79년)의 광고에는 ‘앞서가는 새 기술’이란 구호를 내걸었다. 가전에 이어 반도체·통신으로 사업을 확대해 종합전자회사로 도약한 80년대엔 ‘첨단기술의 상징’이란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그러다 90년대 초반 기술에 인간을 접목한 ‘인간과 호흡하는 첨단기술’ 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당시 인간 형상의 로봇이 반도체칩을 번쩍 드는 장면을 담은 ‘휴먼테크’ 광고는 당시론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광고는 뉴욕광고페스티벌 등에서 상을 받았다.

93년 ‘신경영’ 체제 도입 직후에 때마침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 정상에 오르자 ‘세계 1등 제품만 만들겠습니다’(94~95년)라는 월드베스트 정신이 강조됐다. 90년대 중반까지는 글로벌 디지털 시대를 이끌겠다는 의지의 ‘멀티미디어 삼성전자’로 이어졌다.

97년은 이 회사 광고의 전환점이었다. ‘기술’ ‘인간’ ‘1위’로 이어진 하이테크 제품 이미지에 ‘가족’이라는 기업 브랜드 가치를 녹여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국내 최장수 광고 캠페인 ‘또 하나의 가족’은 소재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독특한 기법과 진솔한 콘텐트로 눈길을 끌었다. 외환위기가 발발한 이 해에는 감성적 스토리텔링(이야기식)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TV 하나로 한 가족처럼 지내는 이웃을 다룬 ‘동네TV편’ 등이 그것이다.

완제품 광고로 기억에 남는 카피는 TV의 경우 ‘이코노TV’(75년)와 ‘명품 플러스원’(96년)이다. 올빼미를 의인화해 절전형 TV 이미지를 앞세운 이코노TV는 선진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하는 효과를 냈다. 명품 플러스원은 ‘숨어있던 1인치를 찾았다’라는 튀는 카피로 프리미엄 대화면 TV 시장을 석권하는 데 한몫했다.

휴대전화기에서는 95년 산악인 허영호씨가 험난한 산 정상에 올라 애니콜로 통화하는 장면을 담은 ‘한국 지형에 강하다’라는 슬로건이 눈에 띈다. 이 광고는 당시 국내 시장에서 80%대 점유율을 기록한 미국 모토로라를 끌어내리고 국산폰 시대를 열었다. 2005년엔 젊은 세대의 문화코드를 입힌 ‘애니모션’이 등장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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