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방송법시대 이제 시작이다] 1. 꿈의 채널 위성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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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21세기 한국 방송계의 청사진을 그려낼 통합방송법이 지난달 30일 국회 문화관광위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5년이나 표류했던 통합방송법 논란에 일단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다. 통합방송법의 속살을 제대로 채워나갈 실천적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통합방송법 시대를 맞은 우리 방송계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시리즈로 엮는다

디지털 방송의 꽃으로 불리는 위성방송을 시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국내 위성방송의 앞날이 최우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위성방송 관계자들은 "아무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는 입장이다.

물론 위성방송이 방송환경에 미칠 영향은 대단하다. 지난 9월에 발사된 무궁화3호 위성만 이용해도 이론상 1백68개, 실제론 60~80개의 채널이 새로 생기게 된다. 지상파 4개, 케이블 채널 29개에 매달리던 시청자의 선택권이 완전히 딴 세상을 맞게되는 것이다.

예컨대 같은 음악채널이라 해도 장르별.세대별로 특화된 채널이 가능하다. 게다가 산간 벽지에서도 고화질의 화면을 보게되고, 쌍방향 매체인 디지털의 특성을 살려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간.장소에 관계없이 보는 시스템이 갖춰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상의 문제다. 국내 위성방송업계는 이같은 '환상의 방송' 을 서비스할 준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통합방송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위성방송에 관심을 보였던 업체들이 憺?이탈하면서 업계 자체의 체력이 현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95년 출발 당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에 비유됐던 케이블 방송이 아직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위성방송의 앞날을 결코 낙관 못하게 한다.

무엇보다 위성방송은 철저한 상업방송이다. KBS에 내는 시청료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료인 공중파 방송과 달리 매달 수만원씩을 지급하며 시청하는 방송이다.

때문에 현재 유료채널인 케이블과 확연하게 채널성격이 구분되지 않으면 시청자에게 주는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만큼 면밀한 준비가 요청된다. 특히 사업자 선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위성방송 사업은 크게 위성체사업(위성 임대.운영), 플랫폼 사업(위성 임차.프로그램 전송.가입자 관리), 프로그램 제작 등 3개로 구분된다.

이 중 위성체 사업은 한국통신이, 프로그램 제작은 기존의 케이블 제작자와 독립 프로덕션이 맡으면 된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과 프로그램 전송을 아우르는 위성방송 사업자. 국내의 협소한 시장규모로 볼 때 단일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에는 합의에 이른 상태다. 다만 누가 지배주주로 나서 이 사업을 이끌어갈지는 미지수다.

96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데이콤의 자회사 DSM과 최근 사업팀을 보강하며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한국통신의 현명한 조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렇게 단일화한 사업체가 외국자본과 대기업 자본 등을 어떻게 끌어들이고, 또 어떤 식으로 사업을 펼쳐나갈지가 위성방송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위성방송은 초기에만 3조원이 필요할 정도로 거대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가입자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패키지 채널 관리를 위한 하드웨어 구축, 저렴한 수신기(세트톱박스) 개발 등 숱한 난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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