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 연봉 2억원시대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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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해 벌어 집 한채를 산다.

누구는 "탁!" 하고 치니까 "억!" 하고 쓰러졌다고 했지만 이들은 "뻥!" 내지르고 "딱!" 휘둘러 "억, 억!" 을 토해낸다.

일반 직장인들이 15년을 아끼고 저축해야 집 한채를 마련한다는 요즈음, 이들은 1년 농사로 서울시내 요지의 집 한채 값인 2억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국내 프로스포츠에 연봉 2억원 시대가 활짝 열렸다.

프로야구에 자유계약선수 제도가 도입되면서 송진우(한화).이강철(삼성)이 내년에만 2억원이 넘는 몸값을 챙기게 됐다.

이미 프로축구와 프로농구는 지난해부터 연봉으로만 2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프로야구에서 아직 계약을 안한 이승엽(삼성).정민태(현대).구대성(한화) 등이 2억원대 연봉에 합류할 전망이고 축구에서도 지난해 삼총사에 추가되는 선수들이 탄생할 전망이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올시즌이 끝나면 '귀하신 몸' 들이 줄을 잇게 된다. 연봉 2억원. 2000년대에 어울리는 몸값이다.

국내 프로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지난 82년 프로야구 최고연봉은 박철순(당시 OB)이 받은 2천4백만원이었다.

당시 서울시내 요지의 30평형대 아파트 한채 값이었다. 직장인들이 월급 30만원 정도를 받았을 때다. 박철순은 이들보다 열배 가까운 소득을 올리는 고소득자였다.

세월이 흘러 웬만한 억대연봉 가지고는 명함을 내밀기 어렵게 됐다. 아파트값도 올랐고 특급스타들의 연봉도 따라 올랐다. 그래도 '집 한채' 는 여전히 고소득의 바로미터다.

이들의 연봉은 부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고액연봉은 그만큼 '귀하신 몸' 이라는 징표가 되고 광고시장 단가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이들은 소속팀은 물론 다른 업계의 광고에도 출연해 '얼굴값' 을 챙긴다. 이승엽(야구).김병지.안정환(이상 축구) 등은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얼굴이 됐다.

'밀레니엄 드림' 2억원. 이제 "라면 먹고 뛰었다" 는 말은 더 이상 미담이 되지 못한다. 스포츠 스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움직이는 머니 메이커의 상징인 것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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