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리통신사장 시게타 야스미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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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의 34세 벤처 기업가가 세계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재산가로 급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최신호에서 일본 휴대전화 대리점 업체인 히카리(光)통신의 시게타 야스미쓰(重田康光)사장의 순재산이 2백50억달러(약 30조원)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며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큰 돈을 번 '하룻밤 사이에 떠오른 거물(Overnight tycoon)' " 이라고 소개했다.

시게타 사장의 성공 스토리는 대학 중퇴 후인 88년부터 시작된다.

도쿄(東京)의 사립명문인 스가모(巢鴨)고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 입시에 낙방한 후 2년간의 낭인생활 동안 웨이터 등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떤 사업을 하면 성공할까" 하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뭔가 확 와닿는 일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그래서 결국 니혼(日本)대학 경제학부에 들어갔지만 3개월만에 그만 뒀다. 실제 수업에 들어간 것은 며칠도 안된다고 한다.

판사출신인 부친과 역시 판사인 형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벤처인이 되겠다" 는 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해 온 통신사업이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자 너무 재미있어 학교는 눈에도 안들어왔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들어갈 생각도 했지만 "큰 회사에 들어가선 60이 넘어서도 회장이 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 한다.

" '이제부터는 통신의 시대' 라고 계속 언론에서 떠드는 것을 보고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진짜 돈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판매회사를 선택한 것은 적은 자본으로 창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그는 88년 2월 22세때 미화 8천달러로 히카리 통신을 창업했다. 자신의 이름에서 '光' 자를 따 이름을 '히카리(光)통신' 으로 지었다.

제일 먼저 손 댄 것은 가정용 전화기 판매. 이후 시외전화.국제전화 서비스 대리점 업무 등 시대의 조류를 먼저 파악해 한발짝 먼저 변신해 나갔다.

그는 "내가 성공한 요인은 '변화대응형 스피드 경영' 에 있다" 고 털어놨다. 휴대전화 사업에 대한 그의 '비전' 은 뚜렷하다.

"오늘날 모든 정보.서비스의 전달과 교환은 개인의 손가락 끝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보를 획득하고 중계하는 기회 역시 무한대다. 앞으론 '이동전화' 라는 지금의 명칭에서 '전화' 라는 부분은 사라지고 '이동(mobile)' 만 남을 것이다. "

토요일과 일요일도 거의 쉬지 않는 일 벌레인 그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다른 사람에게 항상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즘들어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왜 그렇게 일만 하느냐' 인데 나의 답변은 항상 같다. 세상에 한 사람 정도는 히카리 통신을 키우고 싶어. 그래서 죽을 각오로 회사만 생각하는 인간이 있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골프도 즐기지 않고 가라오케도 하지 않는다. 그는 또 "주가가 지나치게 높이 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지만 남들이 우려하는 만큼 그렇게 높다고 보지 않는다" 며 "오히려 주식교환 등을 이용해 인터넷 관련 기업들을 인수.합병할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회사를 보다 우량 기업으로 만드는 데 정열을 쏟아 히카리 통신을 궁극적인 지향점이기도한 '정보통신분야의 편의점' 으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유일한 꿈이다.

시게타 사장이 정확히 30세에 회사를 상장시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빌 게이츠를 능가할지가 관심사다.

김현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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