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감염 학생에 대입 추가 시험…중국인 절반 “백신 못 믿어 안 맞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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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면서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은 신종 플루에 걸린 대학 수험생을 위해 추가 대학입시를 실시키로 했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미국의 경우 백신 부족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추가 대학입시 실시=일본 국립대는 2010년도 대학입시 때 신종 플루에 감염돼 시험을 치를 수 없는 수험생을 구제하기 위한 추가 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1996년 한신(阪神) 대지진과 2008년 폭설로 일부 지방대에서 추가 시험을 실시한 적은 있으나 전국적으로 추가 시험 대책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국립대학협회는 26일 총회에서 내년도 대입 2차 시험(대학 독자 시험) 때 수험생이 신종 플루에 걸려 시험을 못 치르게 되면 일주일 후 추가 시험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했다. 추가 시험은 신종 플루에 감염된 수험생으로부터 추가 시험 신청서와 진단서를 제출받아 실시하도록 했다. 추가 시험을 실시하지 않는 국립대의 경우 정부가 주관하는 대학입시센터 시험(1차 시험) 결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일본 국립대는 기초학력 평가시험인 대입센터 시험과 본고사 격인 2차 시험으로 합격자를 뽑는다.

한편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조기에 타미플루를 복용했는데도 급작스럽게 숨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7일 보도했다. 26일까지 신종 플루에 감염돼 숨진 10세 미만의 어린이는 모두 6명이다. 이 중 5명은 특별한 지병이 없는 건강한 아이들이었다. 도쿄에서 숨진 어린이 3명은 신종 플루 치료를 받거나 퇴원해 안정을 취하던 중 갑자기 고열이 나면서 숨졌다.

◆백신 부족 심각=신종 플루 확산으로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미국은 4500만~5500만 회 분량의 신종 플루 백신 부족이 예상된다. 앤서니 포시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6일 “정부가 1억4000만~1억5000만 회 분량의 신종 플루 백신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구입 목표량(1억9500만 회)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미국은 당초 10월 중순까지 1억2000만 회의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생산 지연으로 23일 현재 백신 생산량이 1610만 회에 그쳤으며, 이 중 1130만 회가 병원 등에 공급됐다. 이에 따라 미 전역의 공중보건소와 병원에는 백신을 접종받으려는 인파가 몰리고 있으나 백신 부족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백신 접종 의무화=중국은 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로 순례를 떠나는 이슬람 신자 1만2700명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고 신화통신이 26일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해외 순례자들이 입국할 때 신종 플루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갖추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캐나다인의 절반 이상이 신종 플루 백신의 안전성을 의심하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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