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태평양 마주 본 두 남자 같·이·웃·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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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무대에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이 각각 미국과 일본에서 우승 반지에 도전한다. 박찬호는 소속팀 필라델피아가 LA 다저스를 꺾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이 되면서 29일(한국시간)부터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른다. 이승엽의 요미우리는 주니치 드래건스를 누르고 일본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시리즈는 31일 개막한다.

박찬호, 첫 우승 도전

박찬호는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되자 지역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와 인터뷰에서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일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보다 이번 등판이 더욱 설렌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15년 차로서 “한물갔다”는 평가를 이겨 내며 불펜투수로 재기한 박찬호로서는 야구 인생에서 그만한 감격이 없었을 터다.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챔피언인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박찬호는 올해 45경기(선발 7경기)에 나서 3승3패·13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하며 불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으나 재활에 성공해 포스트시즌에서도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친정 팀인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박찬호는 4경기에 등판해 3과3분의1이닝 동안 4피안타·3실점을 기록했지만 1차전과 4차전에서는 각각 1이닝 무안타·무실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뉴욕 양키스와는 올 시즌 상대하지 않았으나 통산 전적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3.38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승엽, 선발 1루 가능성 커

요미우리와 퍼시픽리그 우승팀 니혼햄이 벌이는 일본시리즈는 이승엽에게 명예회복의 무대다. 이승엽은 올 시즌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9리(223타수 51안타) 16홈런·36타점에 그쳤다. 시즌 초 극심한 타격 부진에 이어 8월 2일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된 뒤 줄곧 2군에 머물렀다. 부활을 위해 절치부심한 이승엽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주니치와의 센트럴리그 스테이지2에서는 대타로 출전해 4타수 1안타·1타점으로 회복 조짐을 보였다. 일본시리즈에서 이승엽은 선발 1루수로 출장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햄의 홈구장인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1, 2, 6, 7차전에서는 퍼시픽리그의 지명타자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요미우리는 수비가 약한 알렉스 라미레스를 지명타자로 활용하면서 1루수였던 가메이 요시유키를 좌익수로 출장시킬 계획이다. 1루수에는 이승엽이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은 올 시즌 니혼햄과의 맞대결에서 10타수 4안타(1홈런)·1타점을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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