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장병들의 슈바이처'…경기도 고양 한의사 김경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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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27일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170 고양한의원 진료실. 군복 차림의 장병 1명이 팔을 걷고 침을 맞고 있다.

곁에선 무릎을 다친 한 장병이 진찰을 받고 있고, 두통을 호소하는 또다른 장병은 간호사가 혈압을 재고 있다.

20여분간 침.뜸.부황 등으로 치료를 받은 군인 3명은 한약까지 무료로 받아든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대로 향했다.

한의사 김경선(金景先.37.고양한의원 원장)씨. '국군 장병들의 슈바이처' 로 불리는 숨은 봉사자다.

지난 92년 3월 이 곳에 한의원을 개원한 지 8년째.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군인들을 무료진료해 주고 있다.

인근 고양.양주.파주 등지의 장병들이 하루 평균 10여명, 한달이면 3백여명 그의 한의원을 다녀갔다.

함께 근무하는 한의사 정정일(鄭晶日.29)씨와 간호사 2명도 흔쾌히 장병들의 무료진료에 동참하고 있다.

"집 떠나 고생하는 장병들의 건강관리와 병치료에 다소나마 보탬을 주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웃에게 작은 도움을 줬을 뿐" 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며 계면쩍어 했다.

金씨의 봉사활동은 11년전인 88년 10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고양시 국군벽제병원에서 한방군의관으로 근무하면서 봉사전선에 뛰어들었다.

한달이면 2~3차례씩 쉬는 날과 일과후 인근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아 무료 한방의료지원 활동을 벌였다.

이 일은 현재도 계속 중이다.

특히 제대를 5개월 앞둔 91년 5월 불우이웃돕기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주민 20명과 '더불어 사는 모임' 을 결성, 회장을 맡아 9년째 활동 중이다.

회사원.작가.교사 등으로 구성된 이 모임의 회원들은 각자 월 수입의 5%를 떼내 소년소녀가장.혼자사는 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金씨로부터 진료를 받은 육군 2127부대 김군환(金君煥.22)일병은 "팔목이 부러진 뒤 시큰거려 고생이 심했지만 일주일간 침.뜸치료와 한약을 먹고 말끔히 나았다" 며 고마워했다.

그는 앞으로 '무료진료 요양센터' 를 지어 보다 많은 어려운 이들에게 한방의료혜택을 베풀 계획을 세우고 있다. 0344-963-6611.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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