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잠시 속이거나 일부 어리석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이지는 못한다" 는 말이 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얼마 전 옷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양인석 특검보가 했다. 그는 "진실의 힘이 얼마나 놀라운가" 라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옷 로비 사건은 이토록 우리 사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남편이 구속될 위기에 처한 이형자(李馨子)씨가 옷이로든 뭐로든 로비를 시도한 것은 비록 옳은 일은 아니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고급 의상실을 싸돌아다닌 고관 부인들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李씨가 옷값을 대납해 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혹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가 고급 옷 로비를 받았다고 해도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으면 될 뿐이었고 당시 金총장이 도의적 책임만 졌어도 이처럼 나라 전체가 요동치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거짓말이 문제였다. 延씨는 수백만원짜리 모피코트를 구입한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 들었고 그 바람에 모든 게 꼬였다.
金전총장은 고백성명에서 "아내에 대해 주변에서도 억울하다고 감싸주는 바람에 그 걸 믿었다" 고 말했다. 이쯤 되면 검찰 수사가 왜 진실을 밝히지 못했는지 이해가 간다.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며 "지긋지긋하니 다 집어치우라" 는 반응이 적지 않다. "씨랜드 참사에서 자식을 잃고 이민을 떠난 어떤 가족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 난장판 속에서도 한가지 얻는 것은 분명 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때는 몇명이 앉아서 '쓱싹' 하고 손을 씻으면 만사가 통과되곤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서로 넘겨서는 안될 정보를 주고받고, 적당히 밀고 끌어주면서 국정을 농단하다가는 결국 모두가 파탄을 맞게 된다는 교훈을 이번 사건은 남겼다.
김종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