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NBC Y2K 재앙드라마 예공방송에 백악관등 "대책완벽" 해명 진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지난 21일 밤 미국 NBC에서 방송한 특집 드라마 한 편이 미국 전역에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밀레니엄 버그' 가 일으키는 대재앙을 그린 'Y2K' .이 드라마는 2000년이 되는 순간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모여 카운트 다운을 하는 군중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마침내 2000년 1월 1일이 되는 순간, 전력이 끊어져 주위는 암흑으로 바뀐다. 발전소의 컴퓨터가 이상을 일으킨 것. 같은 시각 공항에서는 착륙 유도등이 꺼지며 여객기가 비상착륙을 시도하고 미 공군 헬기는 기기 이상으로 추락한다. 또 텍사스의 교도소에서는 자동으로 제어되는 문이 열려 죄수들이 뛰쳐나온다.

가장 무서운 사태는 시애틀 외곽에 있는 핵 발전소의 제어장치가 말을 듣지 않아 원자로가 파괴될 위험에 놓인 것이다. 결국 'Y2K 해결사' 인 주인공의 활약으로 이 무시무시한 재난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지난주 초 NBC가 이 드라마의 광고를 내보내면서부터. 즉각 주 정부.발전소.교도소.항공관계 기관 등이 시청자들의 동요를 의식, "이같은 사태는 결코 빚어지지 않는다" 라며 대국민 홍보에 나섰던 것. 백악관까지 소동에 끼여들었다.

NBC의 드라마 광고에서 "정부는 Y2K문제에 대한 대비가 돼있다" 는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내보낸 직후 "그의 말이 틀렸다면 어떻게 하지?" 라는 자막과 대혼란이 벌어지는 드라마 장면을 함께 보여줬기 때문. 백악관이 항의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태가 이쯤 되자 NBC측은 "이 프로그램은 허구이며, 이와 같은 재난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을 것" 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또 일부 지방 네트워크는 이 드라마의 중간광고 시간에 "Y2K 대책은 완벽하다" 는 내용의 정부 광고를 내보냈고, 드라마 방송 중에 Y2K 문제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안내 전화를 운영하기도 했다.

또 드라마가 끝난 직후 뉴스를 통해 정부의 Y2K 대책을 '새삼스레'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전의 난리법석 덕분인지 방영 직후 별다른 혼란은 없었다. 이 와중에 방독면.건조식품 등 비상용품을 판매하는 메인주의 'Y2K마트' 라는 상점은 이 드라마가 광고를 시작하자마자 매출이 3배나 뛰어올랐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문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