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조사 검토 정의원 사법처리위한 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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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옥죄는 검찰 손길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鄭의원의 부산집회 발언과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의 1만달러 수수 혐의 부분을 문제삼아왔던 검찰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에게 빌었다는 부분까지 칼을 디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발언은 "김대중씨가 서경원(徐敬元)으로부터 공작금 5만달러중 1만달러를 받고는 밀입북한 사실을 알면서도 불고지했으며 이를 盧대통령에게 싹싹 빌어 정치적으로 타결했다" 는 내용.

검찰은 2천달러 환전기록을 토대로 문제의 1만달러가 전달될 수 없었음을 증명해 내 金대통령의 혐의를 벗기는 수순을 밟아왔다.

'1만달러 수수' 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날 경우 鄭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검찰 안팎의 거센 역풍에 시달려야 했다. 먼저 과거 검찰이 밝혀낸 혐의를 검찰 스스로 뒤집는데 대한 내부 동요가 적지 않았다.

설사 1만달러 수수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기소내용을 근거로 발언한 것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반면 "盧전대통령에게 싹싹 빌었다" 는 부분을 캐들어 갈 경우 검찰로선 별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盧전대통령이 협조만 해주면 간단히 규명될 사안인 까닭이다. 다만 검찰은 조사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문제지만 소환하겠다면 거부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서면조사나 출장조사, 아니면 제3자를 통한 정황파악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지막 방법이 채택될 경우 盧전대통령의 측근이거나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정치인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거나 현재 검찰 수사는 가능한한 모든 방향에서 鄭의원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추가 혐의가 드러날수록 鄭의원을 소환할 명분이 뚜렷해질 게 분명하다. 따라서 鄭의원이 소환에 계속 불응할 경우 검찰의 '여죄캐기' 는 더욱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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