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몰린 여인들 폭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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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옷 로비 특검 수사 막판에 관련자들이 필사적인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한결같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갖가지 숨겨둔 '증거' 들을 쏟아놓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라스포사 정일순 사장. 鄭사장은 지난 15일 구속 영장이 청구되자 "연정희씨가 옷 배달 날짜 조작을 요구했다" 며 포문을 열었다.

다음날 영장 실질 심사 법정에선 "검찰이 나라를 위해 배달 날짜를 26일로 하자고 종용했다" 고 말했다.

鄭사장 남편 정환상(鄭煥常)씨는 법정 밖에서 "매출장부도 延씨를 위해 조작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그날 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들은 앞서 한 말을 모두 번복했다.

鄭사장측은 23일 공격 방향을 바꿨다. 이번엔 자신들에게 전달된 '익명의 팩스' 라며 "이형자(李馨子)씨가 延씨 등에게 옷을 준 것처럼 꾸민 뒤 이를 청와대에 투서했다" 는 내용을 공개했다.

延씨가 엮이면 延씨 남편인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이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을 구속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한 李씨의 자작극이란 뜻이다.

배정숙씨 측도 비슷하다. 裵씨는 22일 느닷없이 '사직동 추정 문건' 이라는 문서를 공개했다. 내용엔 裵씨에게 불리한 내용도 있었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라고 덧붙였다.

裵씨의 변호인은 또 23일엔 "문건과 테이프 외에도 추가로 폭로할 내용이 더 있는데 중요한 증거라 재판때까지 아끼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 중 왜 공개 못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궁지에 몰리는 것 같던 延씨 부부는 급기야 24일 특검팀에 자진 출두해 '진상' 을 공개하겠다는 최후 카드를 던졌다.

하지만 이같은 폭로전의 최대 수혜자는 자신들이 아니라 특검팀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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