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완 거대 자유무역시장이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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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과 대만이 양측 간 자유무역지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중앙정부) 대만사무판공실 왕이(王毅) 주임(장관급)은 25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린 ‘2009 양안 관계 경제협력 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대만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할 사전 준비를 끝냈으며 연내에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ECFA는 관세 등 무역 장벽을 획기적으로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것으로 양국은 가급적 내년 중으로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교역 쌍방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ECFA가 체결되면 중국의 풍부한 시장 및 자본과 대만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결합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걸로 기대되고 있다. 양안(兩岸)의 경제 통합을 뜻하는 ‘차이완(CHIWAN)’ 시대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왕 주임은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아닌) 양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ECFA는 양안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로 양안 동포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도 ECFA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ECFA 논의는 급진전될 전망이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최근 “중국과 내년에 ECFA에 서명하길 기대한다”고 외신 인터뷰에서 밝혔었다.

이 같은 분위기로 양측 전문가들은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내년 초에 열 예정인 ‘제5차 양안 회담’에서 ECFA가 체결될 가능성이 적잖은 것으로 내다본다.

이 같은 낙관론이 나오게 된 배경은 양측 간 관계가 눈에 띄게 좋아진 덕이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해 5월 마 총통 취임 이후 급속도로 관계를 개선해왔다. 전면적인 통상(通商)·통항(通航)·통신(通郵)을 뜻하는 ‘대삼통(大三通)’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5월부터 중국 기업의 대만 직접 투자가 허용됐다. 양안을 오가는 항공편이 계속 증편되면서 인적 교류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물론 양안 통합의 성공까지는 걸림돌도 여럿이다. 우선 정치·군사적 상호 신뢰가 아직 부족하다. 중국과의 정치적 통합에 반대해온 민진당 등 대만 내부의 독립 세력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의 약자. 중국어권에서는 양안경제협력구조협의(兩岸經濟合作架構協議)로 불린다. 중국은 대만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만과 FTA를 체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그 대안으로 제시된 개념이다. 사실상 FTA처럼 상품과 서비스 교역뿐 아니라 투자·경제협력 등을 포괄한다.

◆차이완=중국(China)과 대만(Taiwan)의 합성어. 대만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중국의 자본·시장을 결합한 양안의 통합형 경제권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지난해 마 총통 집권 이후 양안의 경제 협력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돼온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중국(China)과 인도(India)를 합친 친디아(CHINDIA)처럼 유행하는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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