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은 하토야마 “무혈 유신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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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26일 열린 임시국회에서 총리 취임 후 첫 소신표명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 로이터=연합]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26일 “현재 하토야마 내각이 추진하는 것은 ‘무혈의 헤이세이(平成) 유신’”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가 소속된 민주당은 지난 8월 총선에서 자민당에 승리해 54년 만에 사실상 첫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소집된 첫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일본은 140년 전 ‘메이지 유신’이라는 일대 변혁을 이뤘던 국가”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헤이세이는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 즉위 이후 사용하는 연호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금의 유신은 관료로부터 국민에게 정권을 반환하는 것이며, 중앙 집권에서 지역·현장주의로, 섬나라에서 열린 해양국가로 국가 형태를 변혁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의 개혁정책을 소개했다. 외교분야에서는 ‘긴밀하면서도 대등한 미·일동맹’을 역설했다. 또 한·중·일 대학 간 학점 호환제도를 확충함으로써 30년 후 동아시아 협력을 담당할 인재를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진·재해 열도라고 불리는 일본에 살고 있다. 재해 발생 시엔 아시아 주변국들이 일본과 일본인들을 구하고 일본 문화를 지켜줄 수 있는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며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비롯한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토야마 정권은 전날 실시된 가나가와(神奈川)현·시즈오카静岡)현 참의원(상원 격) 보궐선거에서 승리, 집권 초기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민주당의 참의원 의석은 113석에서 115석으로 늘었다. 국민신당 등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정당의 전체 의석수는 120석으로, 과반수(122석)에 육박했다. 에다 사쓰키(江田五月) 참의원 의장을 제외한 표결 과반수인 121석에서 한 석 모자란다. 일부 무소속 의원의 협력을 얻을 경우 총선 공약으로 내건 각종 법안을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하토야마 총리는 “개혁에 매진하는 모습을 국민이 평가해준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치러진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자민당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한 하토야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여전히 식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일본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토야마 정부 지지율은 70% 안팎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딘 경기 회복과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헌금 수사 등 난제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지지 추세를 이어갈 경우 민주당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수를 확보, 중·참의원 양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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