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울리다 끊어 전화접속 유도 170억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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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구에 사는 이모(43·회사원)씨는 얼마 전 ‘오빠 저랑 데이트하실래요’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호기심에 전화를 걸어 상대 여성과 대화를 나눴다. 성적인 내용의 대화가 오갔고 이후 몇 차례 더 통화를 했다. 이씨는 한 달 뒤 정보이용료 20만원이 적힌 전화요금 청구서를 받았다. 그는 경찰에서 “호기심에 몇 번 통화했는데 결국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음란한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통화를 유도한 뒤 정보이용료(통화료)를 챙긴 ‘060 전화음성정보서비스’ 업체 대표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6일 여성과 음란한 대화를 유도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170여억원의 정보이용료를 가로챈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P정보서비스업체 대표 김모(45)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업체 직원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005년 8월 여성 10명을 고용해 대구에 ‘콜센터(전화방)’를 차려 놓고 최근까지 800여 만 건의 휴대전화 음란 문자메시지를 보내 통화료로 60여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정보서비스업체 4곳도 5~10명씩 여성을 고용해 110억여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30초당 500~700원의 통화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대표들은 구속된 정모(35)씨에게서 1명당 50~100원에 440만 명의 개인정보를 사들여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 활용했다. 또 한 차례 신호음이 울리고 끊어지는 장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도록 하는 수법을 썼다. 피해자 가운데는 한 달간 200만원의 통화료를 문 고교생도 있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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