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일본학교에 탈북자 29명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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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29명이 1일 오전 10시30분 베이징(北京)에 있는 일본인 학교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진입 40분 만인 오전 11시10분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관 영사부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의 한 외교관계자는 "이들의 신원 확인과 중.일 외교교섭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전원이 한국으로 가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전망하고 "일본 측의 영사부 이송조치가 이례적으로 빨랐던 점으로 보아 한국행도 매우 빠른 시기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탈북자들이 현재 일본 영사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확인하고 "우리 정부는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그들의 자유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전원 받아들인다는 원칙을 견지해오고 있으며, 이 원칙은 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중국 내 외교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은 중국 정부의 협조로 한명도 예외없이 모두 한국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29명은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외국 공관이나 외국인 학교에 진입한 탈북자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이들은 이날 학교의 개학식이 끝난 직후 사다리.의자.철사 절단용 가위 등을 이용해 외곽 철조망을 끊고 학교로 진입했다. 이를 안 학교 측은 학생들을 교실에 머물게 한 뒤 탈북자들을 대사관으로 이송한 다음 학생들을 하교시켰다.

탈북자들은 남자 11명, 여자 15명 등 성인 26명과 어린이 3명이다. 함경북도 회령의 한 교화소(교도소)소장, 가족의 탈북으로 지방으로 추방당한 사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1명은 철조망을 뚫고 학교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베이징 일본인 학교에는 지난해 2월에도 탈북자 4명이 뛰어들어 일본 대사관의 보호를 받은 뒤 싱가포르를 경유해 한국으로 건너갔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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