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아랍권의 프랑스 인질 구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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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에서 납치된 프랑스 기자 2명에 대한 아랍권의 구명노력이 활발하다.

아랍연맹의 암르 무사 사무총장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비롯해 이집트와 요르단 정부도 인질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도 가세했다. 아랍권 최대위성채널인 알자지라 방송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프랑스인들의 석방을 호소했다. 한국인 김선일씨의 피랍, 살해 과정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라크를 포함한 아랍권은 김씨 피랍 사실이 알려진 직후는 물론 살해된 이후에도 이렇다할 정부 차원의 논평조차 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다를까. 우선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파병도 하지 않았다. 또 아랍인들은 팔레스타인 문제, 이라크 사태 등 아랍권 분쟁에서 프랑스가 서방국가들 중 가장 우호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미국에 반대해 아랍편에 서기도 하는 프랑스인을 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정치적 판단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랍권이 일치단결해 대대적인'구명운동'에 즉각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아랍과 프랑스의 상호이해가 깊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는 중동지역에서 오랜 기간 식민통치를 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그렇다 해도 프랑스의 아랍지역 내 문화 교류사업 노력은 엄청나다. 대부분의 아랍국가엔 프랑스 문화원, 학교, 어학원이 있고 문정관과 공보관이 주재하며 때때로 대규모 문화사절이 파견된다. 이 같은 문화교류가 자연스레 친프랑스 인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22개국 아랍권에 문정관이나 공보관을 한명도 파견하지 않고 있다.

중동에 대한 이해와 홍보노력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서 한국인 납치와 살해문제에 아랍권의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없다. 중동을'석유와 분쟁'으로만 보는 경제적.정치적 틀에서 벗어나 보다 포괄적인 대중동 교류 사업이 절실하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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