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흉내낸 모방범죄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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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한창 상영중인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이 '모방범죄'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한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충북의 10대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그대로 본떠 주유소를 털다 붙잡혔다고 한다. '주유소 습격사건' 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네명의 청소년들이 주유소를 습격, 사장 등을 인질로 잡고 벌이는 난투극을 담았다.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모방범죄 운운하는 게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아직 사려분별이 깊지 못한 청소년들 중 일부는 영화내용을 실제 행동에 반영해 범죄로까지 연결할 개연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번진 적이 있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내추럴 본 킬러' 를 들 수 있다.

지난 3월 미국 대법원은 10대 남녀가 각지를 배회하며 이유없이 살상을 일삼는 내용의 이 영화가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가 보호되는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모방범죄의 개연성을 인정한 셈이다.

아직은 흔한 일이 아니지만 이같은 사례가 우리 사회에도 없으란 법이 없다. 이번 '주유소 습격사건' 의 경우가 그 논쟁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앞으로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이런 문제에까지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유소 습격사건' 은 허구로 엮인 재미를 추구했다지만, 그 영화적 허구 속에는 분명 미화된 폭력이 엄존한다.

관객 대부분이 청소년인 이상 그 '독소' 를 경계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형진 고문변호사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 한 모방범죄 유발 가능성에 대해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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