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씨 해명] "공천후보 문건 단순한 홍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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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가 19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6.3 재선거 관련 문건 작성경위, 정치개입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서다.

◇ 李부총재 해명〓회견은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李부총재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비, 미리 준비한 25개항의 예상문답을 자신이 읽어 내려 갔다. 가급적 기자들과의 직접 대화를 줄여 보려는 의도 같았다. 그는 "당에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해 할 말을 다 못한다" 며 자신의 억울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이날 회견을 한 이유는 또다른 문건의 존재가 드러난 때문. 이미 밝혀진 문건 외에 6.3 재선거 당시 송파갑 공천을 희망한 여권 후보가 당시 국가정보원장이던 李부총재에게 보낸 3쪽짜리 문건이 그것이다.

이 후보는 김희완(金熙完)현 자민련 위원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李부총재는 새 문건이 단순한 홍보물이라며 "홍보물을 갖고 있다고 공천에 영향을 주고 정치에 관여했다는 것은 상식이하의 발상"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李부총재는 "6.3 재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 총풍 관련 문건 1건, 국회 529호 사태에 대한 법적 대응방안 2건 등이 정형근 의원 쪽으로 흘러들어간 것 같다" 고 털어놓았다.

특히 그는 "97년 대선 당시 상대 후보들의 자료" 라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국민회의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 관련 파일도 '흘러나간' 문건 중에 포함돼 있음을 밝혔다.

당연히 파일의 내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李부총재는 "신문 스크랩 등을 모아 만든 것"이라며 "원본을 분실했다" 고만 답변했다.

◇ 李총재.이인제 위원 반응〓李총재측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들어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며 "李부총재는 해명을 늘어놓기 이전에 진실을 털어놓고 국민에게 사과하라" 고 요구했다. 李당무위원은 "노 코멘트" 라며 언급을 피했다.

한나라당은 "치졸한 변명의 연속" 이라고 깎아내렸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국정원 비서관이 정치 문건을 작성하고 국정원장이 보고받은 행위가 국정원법 위반이 아니면 뭐냐" 며 "공작만이 힘이란 전도된 신념에서 나온 공작정치의 전형" 이라고 쏘아붙였다. 한나라당은 李부총재 구속을 촉구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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