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 '수사장애'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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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특별검사란 말 그대로 일반검사와 달리 특별한 사안을 다루는 검사다. 특히 우리의 경우는 특정 사건을 백지상태에서 수사하는 미국의 특별검사와 달리 고급 옷 로비 의혹과 파업유도 의혹 등 이미 검찰 수사뿐만 아니라 국회 국정조사까지 거친 사건을 맡고 있어 그 입장이 더욱 특별하다.

두 기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구체화되고 커진 사건이기 때문에 특별검사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크다. 따라서 특별검사제도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특별검사의 권한을 충분히 보장하고 '수사 장애' 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특검제법은 도입 자체가 난항을 겪으면서 정치권의 협상과정에서 특별검사의 권한을 적지 않게 제한했다.

우리는 이미 법 제정 단계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지만, 옷 로비 의혹에 대한 최근의 특검수사에서 그같은 문제점이 현실화되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개선을 촉구한다.

박주선(朴柱宣)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어제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이 문제의 모피코트 전달 · 반환 시점 조작과 그 증거 등 수사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朴비서관의 발언은 '특별검사는 수사내용 또는 수사 진행상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된다' 는 특검제법 조항에 근거한 것이기는 하지만 수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행위다. 더구나 우리로서는 그 조항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검사의 수사진행 브리핑도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로 보지 않는데 특별검사만 특별히 막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사의 중요 진전사항조차 설명하지 못한다면 특검 활동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수사상 중요한 제보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 이번 수사에서는 이미 국회에서의 위증을 특별검사가 직권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이 빚어진데 이어, 특검제법이 수사대상을 구체적으로 제한한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커졌다.

모피코트의 전달.반환 시점 조작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팀과 사직동팀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이 커졌으나 법은 수사대상을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이 전 검찰총장 부인에게 의류를 제공했다는 옷 로비 의혹으로 제한하고 있다.

조문대로라면 국가기관의 축소.은폐 혐의에 대한 조사가 막혀 있는 셈이다. 국민적 의혹 해소라는 특검제법 입법취지에 맞도록 법을 신축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특별검사팀에 대해서도 당부코자 한다. 그동안의 수사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수사내용 발표 등에 있어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일순(鄭日順)씨 구속영장 기각 논란은 국민에게 혼선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또 '사직동팀의 최초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 식의 발표는 나중에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으면 자칫 의혹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확증.확인된 사실이 아니면 미리 발표하지 않는 신중함이 요청된다. 그만큼 특별검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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