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중대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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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3일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이런 큰 약속이 무너진다면 한나라당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무슨 약속을 할 수 있겠느냐. 이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며 원안 고수 입장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세종시) 원안에, 필요하면 플러스 알파를 하면 된다. 백지화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계획 수정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발언을 한 것은 지난달 초 이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한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는) 수없이 토의했고 여야 합의로 결정한 것이고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앞다퉈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며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 이전 부처(9부2처2청)를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그때(2005년 세종시특별법 처리)도 이런 문제점을 모르고 약속을 한 것이 아니다”며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세종시 원안 수정을 추진 중인 청와대·총리실 등 여권 핵심부의 움직임과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수정안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명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국가 백년대계는 고려치 않고 원칙만 따진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한 친박계 의원은 “청와대가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친박계 김무성 의원은 “12년 국회의원을 하면서 당당하게 나서 반대하지 못한 일이 있는데, 세종시 경우가 그렇다”며 “잘못된 법은 바꿔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말해 수정론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바람직한 대안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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