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살짝 비켜간 김상현의 파울 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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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홈런왕은 타격 직후 홈런임을 직감한 듯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심판의 수신호는 ‘파울’이었다. KIA는 6차전에서 정규 시즌 홈런왕 김상현의 ‘1m 비켜 간 파울 홈런’으로 땅을 쳤다. 0-2로 뒤진 2사 2루에서 김상현은 송은범의 몸쪽 초구를 밀어 쳤고 타구는 총알처럼 우측 폴을 향해 날아갔다. 김상현을 비롯한 KIA 선수단은 환호했다. 하지만 우선심 임채섭 심판은 두 손을 파울 지역으로 가리키며 파울로 선언했다.

그러자 조범현 감독을 비롯한 KIA 코칭스태프가 최규순 주심에게 다가가 ‘홈런이 아니냐’며 어필했다. 이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올해부터 홈런성 타구에 한해 비디오 판독이 가능하다. 한국시리즈 첫 비디오 판독이 실시됐고 결과는 번복되지 않고 파울이었다.

최규순 주심을 비롯해 윤동균·유남호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위원, 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은 일제히 심판 대기실에서 TV 화면으로 리플레이를 지켜봤고 ‘파울 홈런’으로 결정 내렸다. 최규순 주심은 그라운드에 나와 파울로 최종 통보했다. 김상현의 타구가 홈런이 됐더라면 2-2 동점이 되는 만큼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KIA 측은 “폴을 맞았다”고도 주장했다. 비디오 판독을 함께 한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타구가 폴에 맞았다면 맞은 후 크게 꺾였을 것이다. 폴에 맞지 않고 파울 지역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상현의 타구는 타격이 뒤쪽에서 이뤄지는 바람에 마치 골프의 슬라이스처럼 심하게 밖으로 꺾였다. 내야 상공을 날아갈 때는 페어 지역을 통과했지만 외야로 가면서 우측으로 휘어 폴을 살짝 비켜 갔다.

이는 SK 배터리가 김상현의 약점인 몸쪽을 제대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3할1푼5리를 친 김상현은 몸쪽 높은 코스 타율이 2할7푼3리, 가운데 높이에는 2할3푼4리, 낮은 쪽은 2할9리다. 송은범은 144㎞짜리 직구를 몸쪽으로 붙였다. 김상현이 받아 쳤지만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타이밍이 약간 늦는 바람에 파울 타구가 된 것이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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