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국 정상화 합의 …정치권 벼랑끝서 정국 해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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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가 15일 극적으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벼랑끝에 몰렸던 대치정국이 해빙(解氷)의 전기를 맞게 됐다.

여야 3당 총무들은 이날 세차례의 마라톤 총무회담을 통해 국정조사와 선거법 합의처리 보장 등을 절충, 합의를 도출했다.

한나라당은 장외에서 국회로 복귀할 명분을 찾았고, 국민회의는 예산안 심의.선거법 협상 등을 위한 대화테이블로 야당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반면 여야는 정국의 뇌관이 돼온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사법처리 문제에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완전한 정국정상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결국 나머지 현안의 해결과 정국의 완전한 복원은 여야 총재회담을 통한 빅딜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 정형근 의원 처리〓한나라당측은 검찰의 鄭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신청을 않는다는 보장을 요구했다고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가 전했다. 이에 朴총무는 "검찰수사는 사법부의 고유권한인 만큼 정치권이 관여할 수는 없다" 는 논리로 시종 이를 일축했다.

"鄭의원 처리문제와 국회협상을 연계할 수는 없다" 는 청와대측 입장도 총무회담 도중 국민회의측에 전해졌다고 한다.

이날 오후 8시30분에 발표된 총무회담 결과는 결국 鄭의원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鄭의원에 대한 영장이 청구될 경우 정국은 또한번 요동칠 가능성을 남기게 됐다.

朴총무는 발표 직후 "鄭의원 처리문제는 정치권에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라고 한 반면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어차피 여권이 받지 않는 상황에서 합의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며 별다른 논의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문 내용에는 여당 안이 대폭 수용돼 있다는 점으로 미뤄 鄭의원 처리에 대한 모종의 이면계약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한 상황이다.

◇ 선거법 합의처리 보장〓여야는 3당 총무 명의로 정치개혁입법특위에서의 여야 합의도출을 명문화했다.

당초 김대중 대통령의 '여야 합의에 의한 처리' 선언을 요구했던 야당측이 다소 양보한 국면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미 이날 오전 의총에서 "대통령의 보장은 국회정상화 조건은 아니며 국회일정과는 별개로 향후 주장해 나갈 것" 이라고 한발 후퇴했었다.

◇ 국정조사〓특위 위원장과 위원 배분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막판까지 치열했다.

한나라당이 애초부터 양보의 뜻을 밝혔던 특위 명칭은 '언론문건 진상조사를 위한 국조특위' 로 이날 오전 일찌감치 결론이 났다. 여당 안이 채택된 것이다.

증인 범위도 여당쪽 안으로 완전히 치우쳤다. 총무들은 '언론문건에 관련된 사람' 이라고 두루뭉수리 하게 합의했다. 겉으론 "추후 언론문건과 관련된 사람은 추가로 부른다" 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한나라당이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던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 박준영(朴晙瑩)청와대 공보수석,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 등을 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막판 쟁점이었던 위원장과 특위 위원배분은 양쪽이 한발씩 물러나는 것으로 타협이 됐다. 한나라당 李총무는 "특위위원을 동수로 하거나, 위원장 자리를 달라" 고 요구했고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의석수 비율로 위원을 배분해야 하며, 위원장도 여당이 맡아야 한다" 고 버텼다.

결국 양쪽은 '여 6대 야 5' 에 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절묘한' 타협안을 만들어 냈다.

최훈.이상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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