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서 뛰쳐나와 춤추는 '록햄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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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오래 전부터 기획돼 젊은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록뮤지컬 '록햄릿' 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장중한 고전인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 에다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감각의 록을 입힌다는 발상부터 충분히 궁금증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을 관람한 연극 관계자들은 합격선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2일 호암아트홀에서 첫선을 보인 서울뮤지컬컴퍼니의 '록햄릿' 은 강렬한 메탈 사운드와 감미로우면서도 비장미 넘치는 록발라드의 적절한 배합이 매력적이다.

이동준이 작곡한 뮤지컬 넘버와 이를 충분히 소화해낸 배우들의 열연이 고전 속의 햄릿을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인물로 바꾸어놓았다.

작품 전반부에 상복을 벗어던지고 비밀파티를 여는 오렌지족이 부르는 흥겨운 록선율의 '록햄릿' , 햄릿이 오필리어를 조롱하는 '수녀원으로 가' , 정절을 버린 어머니를 비난하는 햄릿의 '이에는 이 칼에는 칼' 등이 이어지며 작품 내내 록콘서트에 온 듯한 열기가 끊이지 않는다.

찢어질 듯한 고음의 고난도의 곡도 많지만 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노래실력 덕에 관객들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다른 뮤지컬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대중성이다. 음악과 각색.캐스팅 모두 철저하게 이 기준에 맞췄다. 이동준의 음악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 거부감없이 관객들의 귀에 착착 감긴다. 음역이 높은 로커 신성우(햄릿)와 리아(오필리어), 그리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김미순(거투르드 왕비)의 음색에 맞게 작곡된 선율이 매력을 더한다.

스토리를 대폭 줄이고 몇몇 에피소드의 연결로만 끌고가는 조광화의 각색은 당초 볼거리에만 치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햄릿이 선왕의 유령을 만나는 장면을 오필리어의 몸에 선왕의 혼이 깃들이는 빙의로 표현한다든가, 고뇌하는 햄릿을 쾌락에 몰두하는 젊은이로, 또 오필리어를 가죽 바바리를 걸친 터프걸로 표현하는 등 참신한 발상이 볼거리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던져준다.

물론 연출가 전훈의 감각적인 스타일도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공중을 나는 수도사들의 현란한 칼싸움은 물론 햄릿과 창녀들의 야한 정사장면 모두 관객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테크노춤과 중국 경극을 섞은 듯한 극중극에서는 드러내놓지 않고도 동.서양의 정서를 융합해내는 재주도 엿보인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이런 젊은 감각의 뛰어난 형식미가 일부 매니어층에 한정된 록을 젊은이들의 공통언어로 묶어주고 있다.

다만 주인공 햄릿과 오필리어가 대사 전달이 부정확한 점이 아쉽지만 이 부분은 연기파 윤주상(왕)이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12월 12일까지 호암아트홀. 02 - 562 - 2600.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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