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저녁 떨어지는 낙엽처럼 건조한 음색을 지닌 기타가 들려주는 세레나데에 흠뻑 빠져보면 어떨까. 현을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내는 기타는 피아노처럼 자신이 내는 선율에 리듬과 화음을 곁들여 스스로 반주할 수 있는 독주 악기다. 그래서 베토벤은 '작은 오케스트라' 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쿠바 태생의 기타리스트 마누엘 바루에코(47.맨해튼음대 교수)의 독주회가 12월 1일 오후 7시30분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다. 대형 공연장에서는 불가피하게 마이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어쿠스틱 클래식 기타의 음향적 한계 때문에 6백70석짜리 무대에 서는 것. 마이크와 스피커로 왜곡되지 않는 기타 음색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중 '아리아' (협연 소프라노 박미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G장조' 와 함께 호아킨 투리나의 '판당고' '세빌랴나' , 미국 작곡가 루 해리슨의 '아리아' '소나타' '세레나데' , 쿠바 작곡가 에르네스트 레쿠오나의 '쿠바 춤곡집' 중 '고풍스럽게' 등을 연주한다.
어릴 때부터 쿠바의 '국민악기' 인 기타를 연주하면서 성장한 바루에코는 미국으로 건너가 피바디 음대에서 아론 쉬러 교수를 사사했다. 74년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콩쿠르 우승한 첫 기타리스트로 그해 카네기홀 데뷔에 성공, 안드레스 세고비아.줄리안 브림.존 윌리엄스 등 명연주자의 계보를 이어가는 중견으로 자리를 잡았다.
링컨센터 앨리스 털리홀에서 열린 '명연주자 시리즈' 에도 출연했으며 플루티스트 에마누엘 파후드와도 듀오로 활동 중이다.
그는 자신의 편곡으로 바흐.모차르트 등 클래식뿐만 아니라 칙 코레아.키스 자렛 등 재즈를 연주하면서 레퍼토리를 넓혀가고 있다.
파야.로드리고 등으로 스페인 앨범을 내놓은 그는 빌라 로보스.모차르트.바흐.알베니스 등으로 꾸며진 두번째 앨범에 이어 '투리나 기타 전곡 앨범' '비틀스 앨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남미 앨범: 노래와 춤' '쿠바!' 등 10여장의 음반을 발표해왔다. 특히 기타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협주곡' 은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02-598-827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