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고종수 대표 맏형 변신 강한 보스기질서 비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고종수(22.수원 삼성)가 달라졌다. 럭비공같은 돌출행동으로 '악동' 소리를 듣던 그가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동료들을 다독거리며 '맏형'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고의 놀라운 변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금호고 시절 그를 길러낸 기영옥 감독(42.현 광양제철고.사진)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기감독은 "고종수는 보스기질로 똘똘 뭉친 선수라 이 기질을 살려주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며 "성인대표팀에서 주눅들어 있던 종수가 동년배나 후배들로 구성된 올림픽팀에서 물을 만난 것 같다" 고 말한다.

중학교 졸업 당시 크게 돋보이지 않았던 고종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기감독의 문하생이 된다. 왼발을 특히 잘 쓰고 제자리에서 60m정도 킥을 보낼 정도로 유연성이 뛰어났다.

'크게 될 물건이지만 고집이 세고 튀기를 좋아한다' 고 분석한 기감독은 '고종수 길들이기' 에 나섰다. 항상 고의 주위를 지키고 있다가 조금만 학생답지 못한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엄하게 다스렸다.

그러면서도 기감독은 고의 자존심과 리더십을 살려주려고 애썼다. 그랬기에 고는 혹독한 기합을 받고서도 다음날 툭툭 털고 훈련에 열중해 최고 플레이메이커로 성장한 것이다.

기감독은 "종수의 천재성이 더 이상 억압받지 않고 만개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일찍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좋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