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따라잡기] 美·中 WTO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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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중국과 미국은 왜 협상타결을 서두르나〓중국의 WTO 가입이 양측에 모두 득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WTO에 가입할 경우 연례행사처럼 돌아오는 미국의 정상무역관계(NTR.예전의 최혜국대우) 연장심사에서 벗어나고 일반특혜관세(GSP)혜택까지 누리게 되기 때문에 대미 수출이 유리해지게 된다.

현재 심각한 디플레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WTO에 가입하게 되면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일방적 무역규제에서 벗어나 WTO 제소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미국 역시 협상타결과 동시에 수입관세 인하 등 중국의 국내시장 규제가 상당수 풀리기 때문에 대중(對中)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클린턴 행정부는 대중 수출 증가가 미국 경제 호황 지속 및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한편 이달 30일로 예정된 WTO 각료회의에서 농업과 서비스부문 협상이 이뤄지면 향후 3년 동안 중국의 가입 협상을 논의할 기회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양국은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또 이번 회의에서 WTO 가입협상 조건이 대폭 강화될 예정이어서 양측은 협상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합의안 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 주요 현안은 무엇인가〓중국측이 제시한 시장개방 시기를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중국은 2004년까지 농산물수입관세를 17%까지 인하한다는 입장이나 미국은 인하시기를 WTO 가입 시점으로 앞당길 것과 함께 관세 추가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측이 가장 관심을 갖는 정보통신 관련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도 중국은 WTO 가입후 4년내 49%까지 허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시기를 앞당기고 지분율도 51%까지 늘리라며 맞서고 있다.

미국은 또 자본시장의 추가개방과 섬유.철강 수출의 쿼터제 준수, 덤핑규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대미 섬유.철강 수출의 쿼터제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 미국과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은 WTO에 가입되나〓미국과의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곧바로 WTO 회원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주요 국가들과 시장접근 문제 등과 관련된 무역협정을 개별적으로 체결해야 하고 WTO 본부측과도 가입조건에 합의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WTO 각료회의에서 회원국(현재 1백34개국) 3분의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지난 7월 일본.호주와의 협상을 타결지었고 앞으로 유럽연합(EU).캐나다와도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3년간 중국의 가입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이유가 대폭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한 미국과의 시각차에서 비롯됐고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미국과의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의 회원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중국의 관세장벽이 낮아지고 무역거래 장애도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대중(對中) 수출조건은 일단 좋아진다고 할 수 있다.

또 제조업 분야에 집중돼 있는 한국 기업의 투자도 비제조업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저가 중국 상품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 국내 관련업체들의 타격이 우려된다.

또 대우경제연구소는 중국 상품의 미국 시장 진출이 늘어나 2002년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0.1~1.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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