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청장 경질 배경] 경찰 기강 확립…서둘러 문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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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월 중순 임명된 김광식(金光植)경찰청장이 10개월만에 전격 경질된 것은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에 대한 문책인사 성격이 짙다.

당초 경찰 인사는 이르면 다음달 말, 아니면 내년 초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내년 4월의 총선을 앞두고 경찰의 업무 연속성과 안정을 위해서라도 경찰 수뇌부에 대한 교체를 서두르지 않고 연말까지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호프집 화재사고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구조적인 비리가 낱낱이 공개된 데다, 조직폭력배를 비호하고 음주 뺑소니사고를 낸 경찰관이 적발되는 등 전국에서 경찰 비위가 터져나오면서 경찰의 기강확립 차원에서 전격 경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체적인 비리에 허덕이는 경찰에 대한 수술을 더 이상 미루다간 심각한 민심이반과 치안공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 것이 총선과 맞물려 이번 수뇌부 경질을 촉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이대로 가면 총선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며 청장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또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인사할 경우 金광식 경찰청장의 출신지(경북 문경)와 신임 경찰청장인 이무영씨의 출신지(전북 전주)가 대조를 이루면서 지역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결국 정부로서는 최근 사태의 '책임을 질 사람' 과 '총선대비' 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묘수로 경찰청장의 전격 교체를 선택했다는 설(說)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경찰 내부는 신임 李청장 체제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호남 출신인 李청장에 대해 평소 소신을 살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추진해주리란 기대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수사권독립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격 경질에 따른 후유증도 예상된다. 전 경찰청장인 김세옥(金世鈺)씨에 이어 김광식 청장까지 1년을 못 채우고 단명함으로써 경찰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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