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지도자들의 마음 어디에 가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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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세상에 제도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나니, 하나는 마음에 어른이 없는 사람이요, 둘은 모든 일에 염치가 없는 사람이요, 셋은 악을 범하고도 부끄러운 마음이 없는 사람이니라" 고 말씀하셨다.

오늘의 사회적 현상은 경제적 혼미보다는 정치적 혼란으로 국민의 사기를 실추시키고 있다.

정직과 봉사를 바탕으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민중의 지도자들은 마음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도자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동시에 자긍심과 희망을 심어주는 일에 먼저 힘써야 하겠다.

희생 봉사할 수 있는 사람만이 대중의 권익을 대변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희생 봉사의 마음이 없으면 기만과 독선으로 대중들을 그릇 인도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뜻있는 지도자들은 마음에 어른을 모시고 진실된 양심을 지도받는다. 지도자들은 민중을 위해 내 마음을 다스리는 스승을 모셔야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인권을 유린하던 사람이 숨어 있다가 나타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사람이 악을 부추기는 사람을 보호하다가 결국 사고로 많은 청소년이 희생되고 나서야 줄줄이 염치없게 드러나고 있다.

기자가 기자를 취재하고 검사가 검사를 취조하며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고 정당과 정당이 주고 받는 모습은 구조의 늪에 숨어있는 악을 찾겠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양심을 둘러보면 쉽사리 악이 항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염치불고하고 재색명리(財色名利)를 구하면 당장에는 얻음이 있어 보이나 그 속에 숨어있는 악의 바이러스는 자기와 가족만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붉게 물든 낙엽속에 새싹을 준비하고 두 장 남은 달력을 떼어내면 새 천년대를 맞이하듯 내 마음에 숨어있는 염치없고 부끄러운 악을 찾고 싶다. 오래동안 뵙지 못한 스승님을 찾아 뵙고 싶다.

김대선(원불교 역촌교당 주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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