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샤리프 전총리 반역죄 곧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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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파키스탄 군부가 쿠데타 한달만에 본격적인 인적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군부는 11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를 반역과 살인공모.납치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쿠데타가 일어났던 지난달 12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 참모총장이 탄 여객기의 카라치공항 착륙을 불허하고 비행기를 납치하려 했다는 혐의다.

당시 공항경비를 담당했던 아미눌라 차우드하리 민간 항공국장 등 관련자 7명도 함께 고소됐다.

경찰 관계자는샤리프가 곧 구속될 것이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한달째 구금상태에 있다.

파키스탄 군부는 또 다음주부터는 전직 고위관료와 경영자들의 공금유용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군부측의 강수는 최근 다소 주춤했던 권력장악의 고삐를 다잡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슬람 다수파인 수니파의 맏형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축적한 외교적 성과도 바탕이 됐다.

인적 청산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2년내에 민정이양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BBC방송 등의 분석이다.

무샤라프는 "부패 해소, 경제재건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민정복귀 일정을 내놓을 수 없다" 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격적인 전임 총리 고소는 계산된 수순이라기보다는 돌파구 마련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론 발빠르게 움직여 왔지만 갑작스런 쿠데타였던 탓에 국제사회를 납득시키고 국민을 휘어잡을 만한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초조감에 쫓겨 전임총리 고소라는 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군부가 지난달 발표한 7대 국정목표 중 구체화된 것은 인도 접경에서의 군축과 이슬람국가들과의 신뢰구축 뿐이다.

쿠데타 정당성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도 아직은 선언으로 그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치는 그동안 관망자세를 보였던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부패가 아니라 무샤라프에 대한 암살혐의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개혁이 아닌 정치보복이란 인상을 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 미 국무부는 11일 샤리프 전총리의 안전과 법적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파키스탄의 영연방 축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2일부터 열리는 영연방회의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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