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카운티뮤지엄에 한국미술 상설전시관 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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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미술관이자 소장 규모로 미국내 4위인 LA 카운티뮤지엄(LACMA)에 한국 미술품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한국관이 지난달 말 문을 열어 미국인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미술품이 미국에서 상설전시되기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개관한 한국관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LACMA의 한국 미술 컬렉션은 모두 2백50여점으로 아시아 지역을 제외하면 단일 미술관으로서는 최대 규모. 이미 78년에 한국관을 만들긴 했지만 내용이 빈약해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 이번에 국제교류재단(이사장 이정빈)이 후원해 새 단장을 하게 된 것이다.

미술관 1층에 약 50평 규모로 마련된 한국관에 들어서면 입구에 높이 걸린 '한국미술' 이라고 씌어진 깃발부터 눈길을 끈다. 서예가 여초 김응현의 글씨다.

약간 어둡다 싶은 조명이 붉은색 비단이 발라진 벽과 어울려 '조용한 아침의 나라' 다운 적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삼국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와 불교미술 등 1천년이 넘는 기간에 걸친 우리 미술사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모두 네 개의 방으로 꾸며진 전시실은 나무 기둥과 들보.창호 등을 사용해 한국의 고유한 전통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특히 마루를 깔고 그 위에 작품을 올려 놓는 식으로 특이하게 쇼케이스를 만든 것도 있어 눈길을 끈다.

관음상.운학문 합(상자).분청사기.병풍.화첩.탈 등 현재 전시되고 있는 1백25점을 비롯한 이 곳의 한국 미술 컬렉션은 3년전 LACMA가 로버트 무어라는 컬렉터로부터 일괄 구입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LACMA는 그간 우리나라 전문가들을 초청하거나 한국을 방문해 미술품의 진위 여부를 정밀 감정한 후 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어 컬렉션의 거의 대부분이 일반에 첫 공개가 되는 것이다. LA에 거주 중인 무어는 한국인 아내 덕분에 한국 고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립중앙박물관과 경주.김해 국립박물관에서 대여해온 8점이 보태져 전시를 한층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신라 금관.가야 철제갑옷.고려 금동미륵반가사유상.표암 강세황의 산수도 등이 그것으로 2년 동안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극동미술 담당 큐레이터 키스 윌슨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의 미술을 소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며 "아시아 3국의 미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각자의 고유한 미를 발전시켜나갔는 지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아담한 규모지만 LA에서 한국관을 만나는 느낌은 분명 특별할 듯 싶다.

LA〓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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