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사이버 법률세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90년대 들어 인터넷의 세계적 확장은 인간관계의 양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화 같은 종래의 통신수단이 1대1 접촉에 한정된 데 반해 인터넷은 전세계 네티즌을 동시에 맺어주는 다수 대 다수의 관계다.

네티즌, 즉 인터넷 이용자의 수는 기하급수적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5년 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되어야 네티즌 수의 팽창속도가 완화되고, 10년 후면 비(非)네티즌은 지금의 문맹처럼 희귀한 존재가 될 전망이다.

과학연구 정보 전달을 위해 70년대에 만들어진 인터넷이 80년대에 울타리를 넓히면서 개인간의 연락과 취미생활에 널리 이용되더니, 90년대에는 상거래수단과 광고매체로 각광받고 있으며 정치.사회면에서의 기능도 자라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인간관계가 양적.질적으로 팽창함에 따라 이를 관리하는 법률적 문제가 새로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관계 법률문제가 갖는 첫번째 특징은 공간적 조건의 변화다. 종래의 법률체계는 지역을 기준으로 운영됐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는 말대로 국가와 지방에 따라 독자적인 법률과 조례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울타리가 없다. 어떤 나라도 표현자유의 범위에 대한 독자적 기준을 인터넷에는 적용시키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법집행의 울타리 밖에서 범죄적 행위를 일으키는 '원격범죄' 현상도 있다.

공간적 조건보다 눈에 덜 띄지만 그 못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시간적 조건의 변화다. 인터넷이 일으키고 있는 변화가 너무 빨라 기존 법체계의 적용이 효과적으로 되기 어려운 것이다.

며칠 전 독과점문제로 불리한 판결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운영체제(OS) 프로그램 시장의 실력자 MS사는 1995년 윈도스 OS프로그램 개정판에 인터넷 작동용 익스플로러 프로그램을 넣어서 출시했다. 이것이 성장 중인 인터넷 프로그램 시장을 선점하려는 음모라는 의심을 받았다.

문제의 초점은 OS프로그램과 인터넷 프로그램을 별도의 상품으로 보느냐 여부다. 별도의 상품이라면 MS사는 불공정한 '끼워팔기' 를 한 셈이다. 독과점품목 OS프로그램 값에 익스플로러 원가까지 넣어 강제공급함으로써 독자적 인터넷 프로그램 공급자의 경쟁을 배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MS사는 컴퓨터 작동을 위한 OS프로그램에 인터넷 작동프로그램이 결합된 상품을 이루는 것은 프로그램 '패키지' 화의 당연한 추세라고 항변한다.

일리가 전혀 없는 주장이 아니다. 이 문제를 판단할 기술적 조건은 1995년이 다르고, 2000년이 다르고, 2005년이 다를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술조건은 인간사회의 기본 법질서에도 유례없는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